반전「데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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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238년에 로마 교황사령단이 옥스퍼드를 방문한 일이 있다. 이때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사절단을 습격하여 그중의 한사람을 죽였다.
이 사건에 관련된 학생들은 곧 투옥, 파문되고, 런던 거리를 맨발로 걸어다니면서 사죄를 하게 됐다. 그러나 대학의 특권 때문에 극형은 면제 됐었다. 대학의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던 중세에는 대학의 특권을 빌어 큰 탈선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1422년에 영국 하원에선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너무『살인·강도·강간·폭동』들을 자행한다고 의원들이 항의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그러나 중세대학의 특권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Unicersity라는 말부터가 교수들이나 관권 또는 마을 사람들과 대항하기 위한 학생들의 자치적 모임인「길드」의 뜻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특권을 얻기까지에는 여러 피어린 투쟁의 역사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1300년에 파리 대학에서 세속권력과 싸우기 위하여 교수들이 스스로 교문을 1년반 이상이나 닫아 버렸던 사건이다.
결국 교회의 권력이 굴복했지만 중세대학의 특권의 확립과 함께 학원의 자유도 차차 틀이 잡여져 갔던 것이다.
60년대 후반기부터 온 세계를 휩쓴「스튜던트·파워」는 이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그 기질에 있어서 만은 그 옛날 하숙비가 비싸다고 볼로나의 거리에서 관헌들과 주먹다짐을 했던 중세 이탈리아 학생이나 반전 데모를 벌이는 미국의 켄트 대학생이나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9일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캄보디아 개입에 항의하는 대규모학생 데모가 있으리라 한다. 여기에는 많은 교수들도 참가한다고 한다. 연방군이 2천명이나 동원된다니까, 어떤 유혈참극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하지를 못한다. 이에 앞서 「닉슨」대통령은『오늘날 대학이 직면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들었으며 앞으로 정부가 학생들에 대한 자극적인 비판 언사를 삼가겠다』고 약속했다 한다.
이것은「데모」학생들을『불량배들』이라고 불러 사태를 도리어 악화케 했던 종래의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그러나 미대학생들의 화살은 인도네시아 정책에 있는 만큼 정책상의 변경이 없는 한 당장 미국내의 긴장감이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우리로서도 깊은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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