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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생 "입학 문 넓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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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4학년도 대입은 대체로 지난해의 골격을 유지해 일선 고교에선 예년과 같은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수시모집 인원의 대폭 확대와 관련해선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며 입학 문이 크게 넓어진 실업계 고교생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수시모집 확대 명암=서울고 윤동원 교사는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난 것은 예상했던 방향"이라면서 "선발 인원이 많은 2학기 수시모집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응시를 적극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도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이 정원의 50% 안팎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이들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서울 둔촌고 등 일부 고교에서는 예비수험생인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방학과제로 도서목록을 배포하고 독서일기를 쓰도록 하는 등 수시모집의 심층 면접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경복고 전인길 교사는 "1학년 때부터 면담을 통해 소질있는 학생들에게는 경시대회.백일장 참가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부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나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둔촌고 조성학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응시 기회가 늘어나겠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수능시험 준비에 집중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평준화 고교도 불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목포고 조경현 교사는 "비평준화 고교는 학생부 성적 때문에 수시모집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면서 "학생부 석차가 아니라 평어(수.우.미.양.가)를 반영하는 일부 대학에 한해 수시모집 지원을 권할 뿐 상위권 학생들도 정시모집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교사는 또 "지방학생들은 수시모집에 응시하느라 서울까지 오가다 보면 공부할 시간만 빼앗긴다"고 덧붙였다.

비평준화 고교에 재학 중인 소재의(18)군도 "학생부 성적 때문에 정시모집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비교내신제같은 제도 없이는 비평준화 고교생은 수시모집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수능성적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요구하는 대학이 늘어나 수능시험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도여고 배행택 교사는 "지난해의 경우 대학이 요구한 수능성적을 맞추지 못해 최종 탈락한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수능시험 직전 한 달이 매우 중요한데 수시모집 응시로 집중을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반기는 실업고=실업고 출신자 특별전형 확대는 실업고 학내 분위기를 긍적적으로 바꿔놓을 조짐이다.

서울공고 정철원 진학담당교사는 "상당수 교사가 새학기부터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끌어올려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진학시켜보자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정원외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 진학에 사실상의 혜택이 주어짐에 따라 앞으로 실업고에 우수 학생이 많이 몰리고 기술교육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남중.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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