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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부모…갈길없는「6개월」|"가출한 우리아빠 찾아주셔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어린 새싹 바로 잡아 밝은 내일 이룩하자』해마다「어린이날」은 어른들에 의해 거창한 구호와 행사로 떠들썩하지만 부모와 성인들로부터 버림받은 많은 어린이들이 어두운 그늘에서 차라리「어린이날」을 슬픔으로 맞고 보낸다. 4남매를 버리고 바람나 집을나간 아빠가 있는가 하면 아기를 서로 공차기하듯 떠밀다가 영아원에 팽개친 비정한 부모…5일「어린이 날」에 모든 아빠와 엄마는 다시 한번 사랑으로 어린이를 보살펴야겠다.
태어난지 6개월밖에 안 된 조천회군은 헤어지려는 아빠와 엄마가 서로 맡아 기를 수 없다고 떠밀다가 버림을 당했다. 지난 4월22일 조군은 끝내 아버지 조성빈(37·서울 영등포구 사당동산12)에 의해 영아원 문앞에 팽개쳐졌다.「부모 있는 고아」가된 조군은 영아원의 소개로 그나마 어떤 집으로 보내졌으나 5일 매정스럽게도『엄마를 찾는 보챔이 심해 기를 수 없다』고 다시 영아원에 돌려보내져 무책임한 부모와 성인들로 인해 어린이날을 먹칠했다.
아빠 조씨와 엄마 허순옥씨(29)는 지난 4윌19일 가정불화로 합의 이혼, 재산분배등 모든 절차를 끝맺었으나 유일한 혈육인 조군의 양육문제가 두통거리였다. 엄마 허씨는 처음『아이가 있으면 식모 살이도 못 한다』면서 아빠에게 조군을 떠맡기고 집을 나간 것이 조군을 불운으로 몰아간 발단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조군을 떠맡게된 아빠 조씨는『새 장가를 들려면 아이가 방해물』이라 생각한 나머지 이혼한 허씨의 행방을 수소문 한끝에 찾아내고 허씨가 없는사이 조군을 살짝 허씨의 방에 갖다 놓고 돌아왔다.
엉뚱하게 조군을 맡게된 허씨는 분하기도 하고 홀몸이라 속이고 식모로 들어간 집주인에게 탄로가 날까봐 두렵기도 했다. 지난 4월22일 허씨는 궁리끝에 조씨집에 찾아가 조씨가 직장을 나간 사이 조군을 재워두고 도망쳐 나왔다. 직장에서 돌아온 아빠 조씨는 방안에 팽개쳐진 조군을 보자기가 찼다.
조군은 잠이 깨어나 젖 달라고 앵앵 울어대고 있었다. 조씨의 눈엔 자식이 아니라 이젠 무슨 벌레처럼 보였다. 조씨는 이날 밤 서울 노량진동의 D영아원앞에 조군을 장바구니에 담아 버렸다.
조군이 아빠에 의해 영아원에 버려졌다는 소문을 들은 엄마 허씨는 자기 죄도 잊고 모성애가 꿈틀거렸음인지 아빠 조씨를 찾아가『왜 천회를 버렸느냐』면서 대들어 큰 싸움이 벌어졌다.
화가난 허씨는 조씨 집세간을 모두 부숴 버렸는데 이 소동이 경찰에 알려져 아빠는 영아 유기죄로 구속되고 엄마도 재물손괴죄로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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