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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와인 무찌르는 ‘게릴라’ 8총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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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호 23면

만화적 요소가 가득한 캐릭터들. 레이블 맨 아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이트 품종 이름이 인물마다 하나씩 쓰여 있다. 품종을 희화화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맨 위에 굵은 글자로 ‘스패니쉬 화이트 게릴라’라고 적힌 것으로 보아 모두 게릴라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 무슨 뜻일까. 와인 전쟁이라도 벌이자는 것일까….

김혁의 레이블로 마시는 와인 <19> 메티에라

이들 와인 레이블은 가스티오 데 메티에라(Castillo de Maetierra) 회사가 야심적으로 스페인 리오하 사다치아 계곡(Valles de Sadacia)의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화이트 와인들이다. 전통적으로 리오하 지역은 이미 세계적인 레드 와인 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화이트 와인 생산은 일종의 모험이었고 혁명이기도 했다. 이 ‘혁명’의 시작은 2003년 3월 양조자들과 와인 수출업자들이 손을 잡으며 시작됐다. 리더는 호세 미구엘 아람바리 테레로. 그는 사다치아 계곡 개발을 결정하면서 이 계곡을 리오하 지역의 화이트 와인 메카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메티에라 회사 연구진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8개의 화이트 와인 품종(알바리뇨·게뷰츠 트라니너·리스링·소비뇽 블랑·베르데호·샤르도네·비오니에)으로 사다치아 계곡에 포도밭을 조성해 8개의 단 품종 화이트를 생산하게 됐다. 각 포도밭의 토양 특성이 품종과 최대한 하모니를 이루도록 연구해 그 포도가 갖고 있는 순수성을 최대한 살려냈다.

그러나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리오하 지역에서 화이트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보다 드라마틱하고 광범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게릴라 작전’이다.

메티에라는 레드 와인 왕국에서 8개의 화이트 와인을 앞세워 화이트 와인 혁명을 이뤄내고자 하는 의도를 강조했다. 마케팅과 디자인 팀이 이 아이디어를 분석해 ‘게릴라 컨셉트’로 만들었고, 이것이 와인들의 기본정신이 됐다.

이어 각 와인 캐릭터를 좀 더 디테일하게 설정하는 일이 진행됐다. 품종의 오리진 나라 이미지와 만들어진 와인의 특징을 연관해 이름과 아이디어와 컨셉트를 정했다. 판타지와 유머라는 두 재료를 적절하게 버무려내는 브로스마인드(Brosmind) 스튜디오는 이에 맞춘 다양한 게릴라 컨셉트를 내놨다.

우선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인 알바리뇨의 게릴라 전사로는 스페인 해적이 채택됐다. 갈리시어가 전통적으로 뱃사람 구역이고 이곳에서 해적은 혁명가들에 해당한다는 것. 프랑스 품종인 소비용 블랑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역 시민들이 주축이 됐던 레지스탕스를 골랐다. 독일을 대표하는 게뷰츠트라미너는 향이 좋은 장점과 독일 군인의 이미지를 여성으로 대치해 부드럽고 풍자적인 게릴라를 만들어 냈다. 이런 식으로 만든 게릴라 이미지가 총 8개가 된다.

이들 8명의 전사는 각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며 보수적인 레드 와인의 고장 리오하를 공략한다. 이들의 전략은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명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반항은 인간의 원초적인 장점이다. 반항과 반란을 통해 혁신적인 진보는 계속해 이어져 왔다.”

리오하 화이트 와인의 반란을 이끄는 이 8명의 게릴라 전사가 성공할 수 있을지 필자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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