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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난상토론] 생태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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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찌게는 ‘겨울에 먹어야 역시 제 맛’이다.그런데 절기는 벌써 우수(雨水)를 지나 경칩(驚蟄)을 향하고 있다.제대로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생태찌개 한 냄비.국물 한술 뜨면 코 끝에 땀방울이 맺히고,부드러운 살점은 녹 녹듯 입안에서 사르르 사라진다.“어이구,시원∼하다”며 숨은 살점 하나 놓칠세라 생태 머리를 쭉쭉 빨아도 추하지 않다.

그러나 정작 내손으로 생태찌개를 끓이려면 생소한 것이 이것 저것이 아니다.어떤 놈을 골라서 어떻게 끓여야 하는 지 자신이 없다.시장에 나섰다가도 장바구니에 생태를 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혼한 지 18년이 된 베테랑 살림꾼 김혜영(43.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도 마찬가지란다. 가는 겨울의 아쉬움을 생태찌개에 담아내기 위해 김씨가 '난상 맛 토론-생태찌개 편'을 노크했다.

교통도 불편하고 허름한 식당이지만 생태찌개 하나로 손님들을 문밖까지 줄 세우는 '한강집(02-716-7452)'여주인 김영자(60)씨와 생선 요리 전문가인 르네상스호텔 일식당'이로도리'주방장 서재실(45)씨가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김혜영=한강집 생태찌개는 독특하네요.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미나리.쑥갓.콩나물 등이 안 보여요. 그래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요.

▶김영자=우리 생태찌개가 유별난 것은 아닙니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끓여 먹는 방법으로 끓인 것 뿐이지요. 그리고 야채를 아무거나 많이 넣는다고 좋은 맛을 내는 건 아닙니다. 생태와 어울리는 건 무가 최고입니다.

▶김혜영=그래도 독특한 비결이 있을 것 같은데….

▶김영자=굳이 비결을 따진다면 '신선한 생태'와 '간 맞추기'가 답이 될지 모르겠네요. 신선한 생태를 구하기 위해 꼭 새벽시장에 나가 생태를 삽니다. 그리고 간은 고추장과 된장으로 맞추고 소금을 쓰지 않아요. 그래야 잡 냄새가 안나고 쓴맛이 없거든요.

▶서재실=주부들이 새벽 시장에 나서기는 쉽지 않지요. 시장이나 수퍼마켓에서 파는 것 중에서 신선한 것을 고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눈을 보세요. 눈동자에 검은 빛이 뚜렷한 것이 신선한 생태입니다. '동태눈'처럼 선도가 떨어진 눈동자는 뿌옇습니다. 그리고 몸통의 껍질 무늬가 선명하고 살에 탄력이 느껴지는 것이 물 좋은 놈입니다.

▶김영자=시중에 일본산이 많은데 국내산에 비해 맛이 떨어져요. 동해안에서 잡은 국내산은 마르고 못생긴 것이 특징이지만 살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어요.

▶김혜영=국물 맛이 좋은데 육수를 따로 만들진 않나요.

▶김영자=북어.조개.새우.꽃게.무.다시마.멸치 등을 넣고 따로 육수를 만듭니다. 모든 재료를 많이 넣는 게 능사는 아니에요. 자칫하면 생태찌개 국물이 해물탕 국물이 돼버릴 수 있거든요.

▶서재실=사실 한강집 생태찌개의 비결은 육수입니다. 그렇지만 일반 가정에서 이처럼 많은 재료로 육수를 따로 만들어 쓰기는 불가능하죠. 그렇지만 몇가지 재료로 육수를 조금만 만들어 놓으면 다른 찌개를 끓일 때도 요긴합니다.

▶김혜영=그러면 방법을 알려주세요.

▶서재실=멸치.다시마.북어포.모시조개를 같은 양씩 넣고 끓이면 됩니다. 너무 오래 끓이면 오히려 맛을 망치지요. 한소끔 끓으면 바로 불을 끄고 걸러서 사용하면 됩니다. 남은 것은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써도 좋아요.

▶김혜영=흔히 '다데기'라고 말하는 양념장이 들어갔는데….

▶김영자=간 맞추기용인데 고추장.된장.고춧가루.다진 마늘이 들어갑니다. 고추장 한술에 된장 4분의1, 마늘 2분의1, 고춧가루 1의 비율로 넣었고 육수로 섞었어요.

▶김혜영=얼큰한 찌개 대신 맑게 끓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서재실=일식당에서 내놓는 생태지리가 있잖아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등을 빼고 소금으로 간을 하며 배추.느타리버섯.팽이버섯.쑥갓 등을 넣어 강한 불에서 끓여주면 돼요. 따로 찍음장이 필요한데 초간장( 식초: 진간장: 다랑어국물=1:1:1로 혼합)과 잘게 자른 실파, 무 간 것, 고운 고춧가루를 섞어 만듭니다.

▶김혜영=생태의 원래 이름은 명태지요.

▶서재실=그래요. 명태가 마르면 북어가 되고, 얼면 동태가 되지요. 덜 마른 것은 코다리로 불립니다. 이 밖에도 낚시로 잡은 건 낚시태,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가을에 잡은 것은 추태, 명태 새끼 말린 것은 노가리 등 이름이 많아요. 그 만큼 예로부터 우리와 친근한 식재료였던거죠.

▶김혜영=생태를 대신해 동태나 코다리로 찌개를 끓이는 방법은 뭐가 다른가요.

▶서재실=동태는 토막쳐서 바로 넣지 말고 소금물에 녹여서 끓여야 살이 부드럽습니다. 코다리는 찌개보다는 찜요리가 제격이지요.

▶김혜영=오늘 저녁에 바로 생태찌개를 끓여야겠어요. 남편을 위해 소주 한병도 준비하고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도 무척 좋아할 것 같네요.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유지상 기자

<주부 김혜영씨가 배워 만든 생태찌개>

▶재료=생태 한마리(알과 내장이 있는 것), 두부 반모, 대파 1/2뿌리, 무 1/3개,양파 반개, 양념장과 육수 적당량

▶육수 만들기=내장을 제거한 육수용 멸치(5~6마리), 다시마(20g), 북어포(20g), 모시조개(6개)를 찬물(1.8ℓ)에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걸러서 사용한다.

▶양념장 만들기=고추장(1큰술), 된장(1작은술), 고춧가루(1큰술), 다진 마늘(1/2큰술)을 육수로 잘 섞는다.

▶생태탕 끓이기=①생태의 비늘을 긁어내고 알.애(간).곤이 등 내장을 빼내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 친다. 내장도 깨끗이 씻어 둔다. ②무는 납작하게, 대파는 큼직하게, 양파는 잘게 썰고, 두부는 길쭉하게 썰어 냄비에 둥글게 돌린 뒤 준비한 생태와 내장을 위로 얹고 양념장을 넣는다. ③재료가 잠길 정도로 육수를 붓고 끓인다. 강한 불에서 빨리 끓인다.

<사진 설명 전문>
왼쪽부터 ‘한강집’ 여주인 김영자씨.르네상스 호텔 일식당 주방장 서재실씨.알뜰주부 김혜영씨. 세 사람이 한강집 생태찌개를 맛보며 물 좋은 생태를 골라 맛있게 끓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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