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방지 책임은 누가 '북측은' → '남과 북은' 주어 바꿨더니 웃은 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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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상화에 남북한이 합의한 14일 오후. 회담장인 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남측 기자단과 만난 박철수 북측 단장(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민족 모두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을 안겨주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남측 대표단이 떠날 때는 밝은 표정으로 배웅하며 손을 연신 흔들었다. 프레스센터에 난입했던 지난달 25일 6차 회담 때와는 확 달라진 분위기다.

 남북 합의서에 양측 대표가 사인할 수 있었던 건 글자 하나의 힘 때문이다. 남북관계에 훈풍을 몰고 온 7차 회담 합의서의 5개항은 6차 회담 때 북측 이 제시했던 것과 대동소이하다. 제2항의 경우 ▶출입체류 보장 ▶손해배상 등 분쟁해결 ▶인터넷 사용 같은 3개 소항목까지 동일하다. 다만 제1항에서 우리 측이 요구한 문구(“북측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근로자 철수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란 점을 보장한다”)에서 ‘북측은’이 ‘남과 북은’으로 바뀐 게 결정적이었다.

 양측이 일종의 협상 스킬을 발휘해 조율되기 어려운 부분을 봉합하고 넘어간 사례도 있다. 역시 제1항의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 받음이 없이 (중략) 공단 정상 운영을 보장한다”는 대목은 남북이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처럼 선전할 수 있도록 표현이 돼 있다. 북한은 그간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한·미 합동군사연습 같은 정세 긴장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으로선 자신들의 주장도 합의문에 담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공단이 가동된다’는 문구가 “공단의 안정적 운영 보장에 합의한 것’(14일 통일부 설명자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15일 “다음 주 초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측과 공동위 구성 문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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