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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경제 위기에서 몸부림|실패 자인과 대수술 선언에 숨은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1일의 「레닌」 출생 1백주년 기념식에서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드·브레즈네프」는 경제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그 당면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 경제 체제에 대수술을 가하는 새 경제 개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브레즈네프는 소련의 경제적 난관이 주로 『계획상의 과오』에 있다고 지적, 소련 경제는 새 경제 정책, 기구 및 관리를 필요로 한다고 밝혀 개혁의 추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소련은 공산 통제 경제가 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온다는 모순을 인용, 65년부터 서구 자본주의의 성장 자극제인 이윤 추구 방식을 채용해 왔다.
그 결과 기대했던 대로 생산성을 제고하는데 한때나마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도로 상반되는 정책의 혼용은 점차 그 파행성을 드러내어 69년의 소련 경제는 65년 이후 최악의 1년을 기록했으며 「스탈린」주의 통제 계획 경제의 말기 증상과 비슷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이윤제 도입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과는 달리 바로 그 중핵인 가격과 임금은 계속 엄격한 통제하에 둠으로써 시장 요인을 배제한데 연유하는 것이다.
당초에 소련이 66년 중 7백개의 시범 기업체를 선정, 이윤제 추구 방식을 시험했을 때 이들 기업체가 연간 25%의 이윤을 거둔대 비해 다른 기업체는 평균 10%의 이윤만을 기록했다.
또한 농업 분야에 있어서도 집단 영농 방식보다 가족 단위 영농이 6배의 생산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시험에 만족한 소련은 『소련 경제가 변혁기를 맞았다』고 자부, 「절름발이 정책」을 계속 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소련이 과감히 가격 체계의 변화를 시도했더라면 경제 정책은 성공리에 진행됐을지도 모른다.
즉 국가의 엄격한 계획 밑에서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온 배급 조직은 탄력성 있는 기업운용에 대응한 조직으로 바꾸어져야 하는데 이는 곧 공산 경제 자체의 붕괴를 뜻하는 만큼 이행되기가 어려웠고 따라서 처음부터 파탄의 요인을 내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소련의 이 문제를 기초로 한 코시긴 경제 개혁은 69년 말까지 전 공업체 수의 4분의3인 3만6천 업체를 새 제도로 바꾸었으며 이들 업체는 전 공업 생산의 83·6%, 이윤 총액의 91% 이상을 차지하여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도 69년 중 소련 경제의 각종 성장률 지수는 70년으로 끝날 5개년 계획 기간 중 목표 미달이라는 최악의 상태를 나타냈으며 특히 국민 1인당 실질 소득 증가율은 목표 5·5%에 미달하는 5%에 그치고 말았다.
바로 이점이 브레즈네프가 말한 계획상의 과오, 즉 경제 계획과 실제 경제 흐름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금년은 「레닌」을 기념하여 제24차 당 대회가 열리는, 그들로서는 중요한 해이다.
따라서 경제 위기에서 연유하는 정치적 피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측됐었다. 브레즈네프가 경제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은 앞으로 있을 크렘린 내부의 권력 투쟁에 대비하는 포석으로서 다음 단계에는 실패의 책임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되리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소련 경제가 파탄에서 탈출하려면 앞으로 많은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첫째, 실패한 경제 개혁을 재 개혁하는데 따른 불가피한 경제적 마찰이며 둘째는 지금까지도 경제 성장의 제동 요인이 돼온 국방비 증가를 어떻게 삭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더욱이 브레즈네프가 군 장비 현대화를 당면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점에 비추어 군사비는 앞으로도 계속 크나큰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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