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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면 맞는 한국불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신도회는 l8일과 19일 조계사와 안양농민교육원에서 제11차 전국대의원대회와 『전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자』 주제의 강연회를 가졌으며, 불교조계종 한국불교교도회(대처측)는 16일 서울시민회관에서 제9차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태고종으로의 결집을 다짐하면서 국민에게 보내는 선언문과 대정부건의안을 채택하고 불교분규의 요인이 되는 모든 행동을 삼갈 것을 요청했다. 두 파의 모임은 그 주체가 승이 아니라 신도였지만 우리 나라 불교의 새로운 앞길을 예고하고있어 주목되었다.

<대한불교조계종신도대회>
통합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종정 윤고암)의 신도대회에서 이청담 장로원장은 『오늘의 종단 및 그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중은 바리때 하나만 지니고 수도에 정진해야 하는데, 오늘날에는 중이 신도의 종노릇을 해서 벌어먹게 됐다』고 지적했다.
탁발의 의미가 『목숨을 바리때에 의지함』이듯이 중은 수도자로서 순수히 공부에만 전력해야한다고 주장한 그는 『중이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절 근처에 주막을 짓고 술을 팔아야했으며 불반을 크게 하고 불공보다는 칠성과 산신을 중시하도록 신도를 오도했으며 절에서 점을 치는 등 미신적 요소를 강조하게 됐다』고 풀이했다.
이 결과 절이 유흥지대로 타락했으며 『이론을 닦고, 계를 지켜 도를 성취해야할 승려들이 6조원이 넘는 불교재산을 가지고 다투게 됐다』는 견해이다.
법정스님은 고적불교·관광불교로 전락한 불교의 현실을 비판하고 호국불교의 전통을 돌이켜보면서 『국왕·권력층을 위한 불교가 아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을 위해 종교 본래의 사명을 다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절이 무허가 요정화하고 더 나쁘게는 하숙집으로 지칭되는 현상을 들면서 『승려가 지도력을 상실하고 출가하는 사람이 바른 출발을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구라면서 바른 비구생활을 않는 자가 오히려 말썽거리이므로 정부나 비구측이 외면하고있는 태고종을 조계종과 대립시켜 존립시키는 것이 실제로 불교발전을 위해 보다 합리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불교교주회 대의원대회>
한국불교교도회는 지금까지의 대회와는 달리 불교분규에 대한 대책을 종래의 법정투쟁에서 벗어날 것을 다짐했다. 즉 자체정화와 심전개발, 그리고 새로 한국불교태고종을 만들어 독자적인 불교의 길을 간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종교의 자유와 평등권의 헌법정신에 입각해 현재의 불교재산관리법(62년 제정)을 폐지하라고 주장, 각 사찰의 승려와 신도의 자율권을 강조했다.
이들은 주지임명에 있어 ①사승이 제자 중에서 뽑는 사자상승 ②본사와 말사가 협의해서 뽑는 법류상속 ③덕망 높은 자로써 추대하는 초대계석으로 할 것을 내세웠다.
우리 나라 불교가 선·교 일치한다고 하지만, 조계종이 조계 혜능으로부터 비롯돼, 신라의 도의국사를 받드는데 비하여 태고종은 고려의 보우국사를 종조로 하는 전혀 다른 종파로, 당연히 등록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처측은 불교조계종을 비롯, 천태종, 원효종, 법화종, 법상종 등 13개 종파로 등록돼있는데 이번에 태고종이 정식으로 등록되면 14종파로 늘게된다. 태고종은 박대윤씨를 종정으로 추대하고있다.
이번 교도회는 태고종의 기치아래 온건한 출발을 약속했으나, 막대한 불교재산문제가 개재돼있으므로 개인명의의 각지 사찰을 규합, 앞으로 대한불교조계종과 어떻게 건전히 경쟁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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