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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용돈|눈뜨는 소유능력 어떻게 조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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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모들 중에는 자녀가 어려서부터 돈을 밝히면 안된다. 또는 아직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고 판단하고 자녀들 손에 돈을 쥐어 주는 일을 꺼리는 부모도 있고 또 용돈을 주기는 하되 많이 주면 낭비가 심하고 적게 주면 나쁜 길로 나가기 쉬우니 이를 어떻게 조절해야 좋을지 몰라 고심하는 부모들도 있다. 어린이는 자기 것에 대한 분별과 집착을 갖게 되면서부터 곧 돈을 주고 물건을 가질 수 있다는 돈의 구매력에 눈을 뜨기 마련이다.
이 시기는 대개 5살부터로 잡는다. 이러한 소유능력에 대해 부모들은 이를 인정해 주고 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한 경제학자는 한국사람들이 외국인들에 비해 가난한 만큼 돈의 가치에 대해선 둔감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한국사회가 예부터 돈은 더러운 것, 가까이 해선 안 되는 것으로 교육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린이들에게 우선 돈이란 것을 어떻게 교육해야 될까? 물론 돈을 경멸하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돈만큼 귀중한 것이 없다는 식의 황금만능 사상을 불어 넣어주는 것도 잘못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강이나 사랑이 있고 이들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수시로 일깨워주면서 한편으로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귀한 것인가를 가르치는 세심한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규모 있게 쓰는 법을 부모가 시범하여 산 교육을 시켜야 한다.
어린이들의 용돈이라면 어떤 것일까. 취학전의 아동에겐 거의가 군것질로 나가는 것이고 국민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다. 68년 대한교련에서 서울시내 7개 국민교의 4, 5, 6학년생 1천7백87명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33%가 전액을 군것질에 쓴다고 한다.
대개 1백원 이상 써야 할 곳은 집에서 받아쓰고 10원, 20원 따위의 학교 잡부금은 자기용돈에서 쓴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해 주고 자녀의 손에 돈을 안주는 가정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자칫 잘못되면 거짓말을 하게 되고 심지어 집에서 돈을 훔쳐내는 경우도 있게 된다. 취학 전 아동이라면 용돈을 준다기보다 물건을 사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면 자기대로의 세계가 생기고 그만큼 비록 군것질이라도 자기 돈이 필요하게 된다.
규모 있고 착실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훈련-용돈의 관리는 부모들이 어떻게 해야될까.

<주는 방법>
일정한 기간을 정해 일정한 액수를 정기적으로 주는 식이 좋다.
어떠한 한계 안에서 돈을 쓰게 되므로 책임을 갖고 아껴 쓰게 하는게 좋은 방법이다. 저학년이면 그 기간을 짧게 잡아 많은 돈을 한꺼번에 요리하여 당황하여 낭비하지 않게 한다.
3학년일 경우 1주일 정도면 적당하다. 어린이의 성격에 따라서도 그 기간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낭비가 심한 어린이에겐 짧게, 내성적이며 꼼꼼한 어린이에겐 길게 잡아도 좋다.
용돈을 줄 때는 『이것은 며칠까지 써야한다』는 식의 약속을 꼭 해야 된다고 이대 심리학교수 전제화씨는 말한다. 어린이들에게 책임을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용돈의 한계를 정확히 하여 학용품·오락비·교통비 등이 포함되는 가를 미리 정해줘야 한다.

<액수>
물론 가정형편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학교의 다른 어린이들과 큰 차이를 둬서는 안된다. 형제가 여럿일 때는 나이에 따라 차이를 꼭 두어야 한다. 앞의 4·5·6학년생 조사에선 25%가 월1백원 미만으로 나타났지만 서울의 남산국민교 교사 정종채씨는 저학년일 경우 1백∼3백원, 4·5·6학년이면 5백원까지는 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지출관리>
일단 책임을 지워 돈을 준 이상 일일이 간섭해선 안된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출납부를 쓰게 한다든지 어여쁜 저금통을 만들어 주어 낭비를 음성적으로 막도록 하자.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이 위생상 불결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간단한 간식을 집에서 만들어 군것질을 막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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