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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프라도 미술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마드리드를 파리에다 비교한다면 작고 세련되어 있지 않은 도시라는 인상이었다. 가장 화려한 거리 포세·안토니오가는 관광객들로 붐비었고 관광객을 노리는 상점·영화관의 유달리 큰 간판이 눈에 띄었다.
아끼와 나는 어느 카페창가에 앉아 맥주 한잔씩 시켜 놓고 호세·아토니오 거리를 스케치했다. 그날 아끼가 몹시 추위를 탔기 때문에 밖에서는 스케치를 못했었다.
호세·안토니오가에서 더 좀 내려가면 스페인 광장이 있는데 아름다운 분수가 있고 출진하는 동·키호테 동상이 세워져 관광객의 시선을 끌었다.
아끼와 함께 동·키호테를 찾을 때 하얀 헬메트를 쓴 순경에게 물어 물어 내려갔지만 호테를 호텔로 알아들어 답답했었다.
그런데 뭔지 동·키호테와 순경의 하얀 헬메트와 인연이 있는 듯 느껴져 유머러스했다. 호세·안토니오가에서 20분쯤 걸어가면 유명한 프라드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앞 정원에는 찬바람에 하늘거리는 노란 수선화가 가꾸어져 마음을 부드럽게 해 준다.
16세기부터 18세기, 3세기간 스페인왕가가 수집한 회화 7천점과 르네상스·신고전주의 회화 5백점이 진열된 이 대 미술관은 루브르 미술관을 볼 때보다 더 감동을 받았었다. 1500년대, 거의 같은 시대의 벨라스케스·리베라·그레코, 화란의 루베스, 그리고 1700년대의 고야의 훌륭한 대작들이 압도적으로 진열되어 있는가 하니까 1400년대의 화가 보시의 작품은 신초현실파라고 할까, 그 시대에 21세기적인 작품을 만들어 모든 관중의 주목을 끌고있었다.
아끼와 나는 미술관식당에서 가슴이 가득 찬 기분으로 비프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싸고 맛이 있었다.
그리고 값이 싼 택시를 이용해서 마드리드역 부근에 있는 스페인의 명물인 도자기 노점에 갔었다.
길바닥에다 오만가지 무늬가 있는 접시항아리 등을 늘어놓고 팔고 있는데 사고 싶었지만 무게 때문에 가지고 갈 수가 없으니 스케치만 했었다.
그날은 남국스페인답지 않게 몹시 추운 날이었다. [글·그림 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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