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에 이 고마움을"|JAL승객 김포 구출에 감사하는 일본 언론인의 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편집자주】지난번의 JAL기 납북사건 때 일본의 「매스컴」이 한국정부의 처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은 전 일본 국민의 의사가 아니며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한국 국민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뜻을 일본의 시사통신사 「기야·다까야스」 (목옥융안) 사회부장이 중앙일보에 편지로 보내왔는데 다음은 그 주요 골자이다.
한국 국민 여러분, 이번 JAL기 「요도」호의 납치사건 때는 신세 많이 졌습니다. 깊이 감사합니다. 저는 일본의 한 신문기자입니다.
이 사건 보도 때문에 여러 날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힘으로 사건 발생 1백 22시간만에 일단 사건을 끝맺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관계당국, 그리고 여러분의 따뜻한 지원의 선물로 많은 일본사람들이 무한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습니다.
3월 31일 하오 1시 59분 「요도」호는 23명의 노인과 어린이를 내려놓고 기어이 기수를 북으로 「이따즈께」 비행장을 떠났을 때 우리는 분노와 실망을 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하오 3시 20분쯤 일본에 있는 미군기관을 통해서 「요도」호가 3시 18분에 한국의 김포비행장에 착륙했다는 정보가 들어 왔습니다.
그때 우리들은 한꺼번에 『잘했다. 역시 북한으로 가지는 않았구나. 잘됐다, 잘됐다』하고 환성을 올렸던 것입니다. 「이시다」기장의 판단으로도 속수무책인 채 북한으로 날아간다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3일 저녁, 「요도」호의 승객 1백 3명이 DC-8 「히다」호 편으로 여러분의 환송을 받으면서 김포를 이륙한 것은 잘 알고 있는 일입니다.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힘써 준데 대해서 감사할지언정, 한국 정부가 남의 일에 쓸데없이 손을 댔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은 극히 일부사람을 내 놓고는 거의 없습니다.
저의 처는 밤늦게 돌아온 저를 맞으면서 『「이마즈께」에서 더 시간을 끌고 김포에 어두워진 다음 내렸더라면 적군파는 틀림없이 비행기에서 내렸을 거예요. 정말 아깝게 됐어요』하면서 떠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공산당조차도 초좌익인 적군파가 전원 체포되기를 마 음 속에서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의 신문지면에는 이 같은 많은 일본사람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 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뿐 아니라 『한국정부는 어째서 「요도」호를 평양으로 출발시키지 않는가』라고 비판하는 듯한 기사를 실은 일조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얘기의 앞뒤가 뒤섞입니다마는 4일 하오 평양방송이 『「야마무라」 차관, 「이시다」기장 등 승객 3명과 기체를 하오에 석방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일본 신문들은 최대급의 찬사를 북괴에 보냈던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에 대한 비판과는 정반대의 태도로 생각됐습니다. 한국 신문들이 분노한 것은 이 같은 신문의 편파적인 기사에 대한 것일 것입니다.
저희 회사 사장 「하세가와·사이지」 (장곡천재차)씨는 이러한 일본 신문의 태도에 대해 항상 비판적입니다.
7일 아침에도 『최근의 일본 신문의 북괴 일변도적인 기사나 논조는 문젯거리다. 우리는 한국의 호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뜻의 주의를 주었습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일본의 「저널리즘」이 편향해. 있는가-이 문제는 상당히 뿌리가 깊어 한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알기 쉽게 말하면 공산당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일본 신문노동조합연합 (77개 조합·3만 8천명)과 일본 민간방송 노동조합연합 (80조합·1만 1천 8백 50명). 여기에 NHK노조 (일방노)의 노조원이 일선기자로서 일하고 있으며, 또 그들의 선배가 논설 위원 내지 해설위원이 되어 논진을 펴고 있기 때문에 항상 용공적인 색채가 지면에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게다가 일본의 「저널리즘」은 전통적으로 반정부적인-야당적이라고 하는 편이 타당할는지 모르겠으나-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경영간부는 거의 보수계 이지만 그들의 힘을 갖고도 노조가 휘어잡은 지면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의 이야기를 꺼내서 황송합니다만, 우리 통신사는 『결코 좌익에 동조하지 않고 중도·공정한 「뉴스」의 제공』을 「모토」로 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문에 좌익 진영에서는 『「매스컴」의 헌병』이라든가 『정부의 대변자』등 악담을 합니다만, 저희들은 일체 개의치 않습니다.
심지어 중공은 저의 신문사를 『미국의 통신사』라고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고 특파원의 북평주재를 인정하지 않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관계로 우리사는 「하세가와」 사장이하 많은 동료들이 한국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와 같은 「저널리즘」도 일본에 있다는 것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일본 사람은 겁쟁이고 언제나 주위를 힐끗힐끗 살피고 그러면서도 돈벌이에는 혈안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실 터이지요.
이것은 달게 받아야 할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본에는 전쟁을 포기하고 정당이나 종교를 자유롭게 지지할 수 있는 헌법이 있습니다.
귀국에는 반공법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공산당은 합법 정당으로 국회에 많은 의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공산주의자의 도전에 의한 전쟁경험을 일본사람들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전쟁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거부반응을 보입니다마는, 공산주의의 두려움에 대해서는 둔감합니다.
나라사정이 다르다고 하면 그만이겠으나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일본사람은 뜨뜨 미지근한 인종』이라고 보실 때가 꽤 많을 줄 압니다. 이것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또 여러분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이런 질서 없는 나라가 있을까』하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 일본에서는 일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런 것이다 하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말하자면『거치른 「매스」(대중)적인 감각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플크」(국민)적인 것으로 일본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았읍니다만, 일본에는 소리 높여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부터의 한국의 벗』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수 없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이번엔 정말 고마왔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