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이름 같이 좀 씁시다" 신월동의 끊임없는 구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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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신트리’ 아파트 1~4단지. 아파트 외벽에 새겨졌던 신트리라는 이름은 2008년을 전후해 ‘신목동’으로 하나 둘 대체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대 신트리 아파트는 신목동 아파트로 모두 바뀐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 중 4단지 21평형의 전셋값은 현재 1억5000만~1억6000만원 선이다. 명칭이 바뀌기 전보다 5000만원가량 뛰었다. 아파트 이름을 바꾸면서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

 6년째 이곳에 산다는 김모(56)씨는 “신목동 아파트에 산다 하면 값 나가는 목동 7단지 아파트랑 같은 줄 안다”고 귀띔했다.

 ‘목동’이라는 두 글자의 프리미엄에 목매는 건 이 아파트만이 아니다. 아예 동명 변경을 6년째 추진하는 신월동엔 숙원사업이다. 처음 원했던 동명은 ‘신목동’이다. 이인원 신월7동 주민자치위원회 고문은 “뱀까지 나오는 낙후지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목동의 절반 수준인 집값을 올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주민의 의견이 모아지자 양천구는 2009년 신월동을 신정3, 4동과 합쳐 ‘신목동’으로 바꾸는 조례 개정안을 구 의회에 냈다. 그러나 목동 측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양호성 목동 2단지 아파트 대표는 “목동을 ‘구목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신월동의 님비다 등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고 말했다. 그해 ‘서목동’으로 바꿔 재추진했지만 그마저 좌절됐다.

 두 동네의 해묵은 갈등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목동에 임대형 아파트 격인 ‘행복주택’ 건립사업을 추진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목1동 유수지에 행복주택을 짓는 걸 반대하는 목동이 지난 6월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신월동이 같이 반대해 달라는 거였다. 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집값 하락을 우려해서다. 신월동에는 청신호가 찾아왔다. 신정호 목동행복주택건립반대비상대책위원장은 “동명 변경이 양천구 공익에 부합한다면 계속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신월동은 행복주택 반대 조건으로 목동도 신월동의 개명 추진을 도와달라는 안을 타진 중이다.

 앞서 관악구는 새 동명을 관철시켰다. 2008년 관련 조례 개정이 통과돼 이듬해 9월 신림4동이 신사동, 신림 6·10동이 삼성동, 봉천1동이 보라매동으로 변경됐다. 당시 같은 행정동을 가진 강남구와 동작구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나 “행정동 명칭엔 독점 권한이 없다”며 각하됐다. 동명 변경 이후 3개 동은 달동네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삼성동의 삼성산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개명 직전 2억7000만원에서 최근 3억1500만원까지 매매가가 올랐다.

이지은 기자, 이지은(이화여대 영어영문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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