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늘 밤 페루 상대 … 이들 중 30%만 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페루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홍명보 감독(가운데)의 지시를 듣고 있다. [수원=뉴스1]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14일 남미 강호 페루(국제축구연맹 랭킹 22위)와 평가전(오후 8시·수원월드컵경기장)에 나서는 축구대표팀 20명은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국내파와 일본파로 구성됐다. 이들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엔트리(23명)에 들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홍명보(44) 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A매치 2연전에 유럽파를 총동원한다. 전력의 핵인 유럽파를 베스트11에 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안컵을 치른 국내파와 일본파에게 이번 페루전은 어쩌면 마지막 수능이 될 수도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 축구계 인사 100명을 대상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반드시 데려가야 할 선수 3명은?’이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축구인들은 기성용(24·스완지시티·58표)과 이청용(25·볼턴·57표), 손흥민(21·레버쿠젠·30표), 정성룡(28·수원·28표),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23표), 곽태휘(32·알샤밥·22표), 박주영(28·아스널·12표), 김신욱(25·울산·6표) 등을 꼽았다.

 이번 페루전 엔트리 20명 중 3표 이상을 받은 선수는 6명에 불과하다. 정성룡과 홍정호(24·제주·5표), 이근호(28·상주·5표), 하대성(28·서울), 이명주(23·포항), 김창수(28·가시와·이상 3표)다. 이 중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유럽파와 경쟁이 치열하다. 2선 공격수 이근호의 경쟁자는 손흥민과 이청용, 김보경(23·카디프시티), 지동원(22·선덜랜드) 등 쟁쟁하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고 있고, 이청용과 김보경은 영국 무대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이며, 지동원은 독일 임대 생활을 통해 부활했다. 이근호와 함께 윤일록(21·서울)과 이승기(25·전북), 임상협(25·부산), 조찬호(27·포항)도 유럽파란 거대한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하대성과 이명주, 한국영(23·쇼난벨마레)은 ‘기(성용)-구(자철) 콤비’를 넘어야 한다. 최전방 공격수 김동섭(24·성남)과 조동건(27·수원)에게는 박주영과 손흥민뿐만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 이동국(34·전북)과 김신욱까지 있다. 냉정하게 계산하면 이번 페루전 명단의 생존확률은 30% 정도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명단 23명 중 유럽파는 이청용, 박주영(당시 모나코), 박지성(당시 맨유), 기성용(당시 셀틱), 김남일(당시 톰 톰스크), 차두리(당시 프라이부르크) 등 6명이었다. 3년 사이 유럽파만으로도 대표팀 베스트11을 거의 채울 수 있을 만큼 양과 질에서 급성장했다.

 그렇다고 비(非)유럽파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젖을 이유는 없다. 이번 페루전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홍 감독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28)의 말처럼 “죽기살기가 아니라 죽기로 뛴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이들의 ‘벼랑 끝 투혼’을 지켜보는 게 페루전 관전포인트다.

박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