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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가 낡아버린 모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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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에 대해서 전화로 얘기하는 것을 아주 불경스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근대화의 정신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의 간소화를 당부하면서 전화 사용을 권장했다.
박대통령은『내가 가끔 장관실에 전화해서 대통령이라고 밝히면 비서들이 질겁을 하면서 확인하는 등 수선을 떠는데 이것이 바로 불경스럽다고 여기는 증거』라고 지적하면서『2, 3분이면 전화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용건으로 일일이 만나러 오는 일이 없어야 시간이 절약 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특히 박대통령은 『장관 가운데 한두 사람은 나한테 전화로 보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그런 사람의 능력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는 것.
○…8일 아침에 일어난 시민「아파트」붕괴 사건은 정가에도 분노를 일으켰다. 김창근 공화당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서울 시정의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서상린 부총무는 『서울시 날림 공사의 한 단면』이라고 분개. 또 다른 한 간부는『김현옥「불도저」도 낡아버린 모양』이라고 비꼬면서『김 시장 인책론이 나오고 있다』고 귀뜸 했다.
한편 양회수 신민당 부 총무는『국회 개회중이라면, 본회의에서 따질 문제지만 우선 서울시 출신과 내무위 소속 의원들이 오늘 안에 서울시장을 방문해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를 묻겠다』고 했으며 김재광·조윤형·송원영 의원 등은『영세민「아파트」는 계속해서 모두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시공업자는 말 할 것도 없지만, 시장 등 관리들은 행정 책임만 질 것이 아니라 형사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흥분했다.
○…한편 서울시 감독기관인 국무총리실도 이 기회에 근본대책을 세우고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준공식「테이프」를 끊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눈에 띄게 다르며, 심지어는 준공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곳과 총리가 참석한 곳 마저 건축의 견고성에 차이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관계자들은 며칠 전 그곳「아파트」에 금이 가 사고의 우려가 있다 했을 때 김현옥 시장이 관계 국장과「아파트」관리 소장에게『이게 무너지면 나도 사표를 내겠지만 당신들은 모두 형사책임을 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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