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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학과 키워야 산다 … 수의·부동산학 선도 분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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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총장 인터뷰차 지난 9일 찾아간 건국대 서울캠퍼스 정문엔 ‘미래를 위한 도약, 세계를 향한 비상’이라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도약과 비상(飛上)의 청사진을 갖지 않은 조직이 어디에 있을까. 하물며 2018년이면 고교 졸업자 전원이 입학해도 정원을 다 못 채우는 상황에 직면한 한국 대학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도약과 비상 여부가 대학의 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4년 임기로 취임해 다음 달로 취임 1년을 맞는 송희영(65) 건국대 총장은 “청사진만 가진 대학, 그리고 청사진을 실행에 옮기는 대학 간에는 4년만 지나도 큰 격차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를 교수·수험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대학, 동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3년 내 5대 사학 육성

 송 총장은 취임 전 이 대학 기획조정처장·부총장을 여러 차례 역임했다. 이런 경험에서였을까. 그는 “다양한 학문이 섞여 있는 대학은 아주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아서 방향을 바꾸고 변화하려면 아주 천천히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국대의 발전 방향은.

 “선도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만 해도 학과가 100개가 넘는다. 모든 학과가 동시에 발전하긴 힘들다. 한국도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불균형 성장’ 전략을 선택했는데 그게 주효했던 것 아닌가. 얼마 전 연구부문 선도 학문 분야 5개를 지정했다. 수의학과, 기계공학부, 물리학부의 양자 상 및 소자 전공, 생명특성화대학 특성화학부, 부동산학과다. 이들 분야를 세계 일류로 키우면 나머지 분야도 자극을 받아 커갈 수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내 임기 말기인 2016년엔 건국대가 국내 5대 사립대, 세계 100대 대학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선도 분야의 공통점은.

 “국가경쟁력을 위한 성장동력을 제공하며 우리 대학이 특히 경쟁우위를 가진 분야다. 수의학과는 설립자 상허 유석창(1900~72) 선생이 농촌 근대화의 기치를 들고 집중 육성했다. 한때 사회적으로 홀대를 받기도 했지만 이젠 의학·생명과학을 선도하는 분야가 됐다. 83년에 생긴 부동산학과도 설치 당시만 해도 ‘이게 무슨 학문이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국토의 효율적 활용 방안과 기업의 외국 진출 시 부지와 지역 선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양자 상 및 소자 전공은 서울대와 경쟁력을 견줄 수 있는 분야라 자부한다.”

 건국대는 본지와 영국 대학교육 전문매체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지난 4월 발표한 아시아 100대 대학 중 96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든 국내 사립대 중에선 아홉 번째 순위였다.

 -이들 선도 분야엔 어떤 지원을 하게 되나.

 “학과별로 연간 2억원을 지원해 자유로운 연구를 돕게 된다. 이들 학과에서 외부의 뛰어난 학자를 특채하겠다고 하면 우선 채용한다. 다른 학과의 교수 한 명을 뽑을 때에 이들 선도 분야는 2, 3명씩 뽑을 생각이다. 앞으로 5년간 지원을 한다.”

 -여타 학과의 연구 역량을 높일 방안은.

 “인용 빈도가 높은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내면 편당 400만~1000만원을 교수들에게 주고 있다. 이 방법으로 연간 3000만~4000만원의 포상금을 받는 교수가 전체의 30%다. 이와 별도로 획기적인 포상제를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네이처·셀·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교수에겐 1억원의 포상금을 준다. 교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돕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논문을 내는 노력은 노벨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연구 성과 못지않게 교수들이 학생을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도 중요하다.

 “과거엔 한 학기에 주당 9시간씩 연간 주당 18시간을 교수들이 강의했다. 지금은 ‘6+9시간’으로 줄였다. 연구 역량이 뛰어나면 이를 ‘6+6’ 시간, 외부 연구비를 따오면 ‘3+3’시간으로 줄여준다.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를 연구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교수 교육평가에서 새로운 강의기법 도입, 온라인 강의 녹화 등도 반영한다. 교수당 강의시간을 줄이려면 신규 채용이 필수적이다. 취임 후 1년 새 서울과 글로컬(충주) 캠퍼스에 교수 40명을 신규로 초빙했다.”

논문 많이 발표한 교수엔 획기적 포상금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초등부터 대학까지 16년 교육과정을 밟고서도 사회 진출에 실패한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우리 대학은 실질 취업률이 70%에 육박해 서울지역 졸업생 3000명 이상 대학 중 5위다. 졸업생들이 기존의 일자리를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 대학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이그내로(UCLA 의대) 교수를 석학교수로 초빙해 우리 대학 교수들과의 공동연구는 물론 재학생 멘토링·지도도 맡기고 있다. 이들은 우리 학생들의 다양한 창업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고 있다. 올 1학기엔 벤처창업 관련 교양과목을 2개 더 신설했다. 장학금도 상당해 학생당 평균 170만원을 받는다.”

 건국대는 재정 여건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이 다양한 수익원을 가진 덕분이다. 대표적인 게 학교 주변의 유휴지를 개발한 스타시티 사업이다. 건국대 법인은 60년대 한국에서 가장 큰 벽돌공장(건국요업공사)을 갖고 있었다. 당시 벽돌공장이 흙을 파내서 생긴 공간이 서울캠퍼스 안의 인공호수인 ‘일감호’다.

 -대학 발전의 원동력은 재정이다. 많은 사립대가 건국대를 부러워하는데.

 “대부분의 사립대는 등록금에 의존해 학교를 끌고 가지만 우리 대학은 예외다. 2001년 이후 법인이 대학과 부속 학교에 1947억원을 투자했다. 의대 부속병원에도 1196억원이 지원돼 900병상 규모로 커졌다. 그 덕에 교육환경이 좋아졌다. 본교 교육시설 면적이 68% 늘어났고, 교원 수도 2000년 605명에서 올해 1123명으로 커졌다.”

석학 초빙 … 벤처 과목 늘려 창업 지원

 -대학에서 지식 못지않게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 대학 출신은 사회적 평판이 매우 좋다. 우리 대학 교시인 성·신·의(誠·信·義)가 몸에 익어 심성이 좋고 성실하며 신의가 두텁다. 독불장군이 없어 어느 조직에서나 적응을 잘 한다. 지난해엔 교양교육 전담기구로 ‘소통통섭교육원’을 만들어 인성·소통·통섭 세 가지 주제의 교육을 강화했다. 우리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아 자생력 있는 인재로 키울 것이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성시윤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송희영 총장=194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와 건국대 경제학과(66학번)를 졸업했다. 일본 주오대(中央大)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82년부터 건국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91~96년에 기획조정처장을 세 차례, 98~2000년 부총장을 한 차례 역임했다. 지난해 9월 건국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무역학회 회장,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한국관세학회 이사장, 한국무역학회 고문, 한국관세사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올해 건국대가 개설한 자유무역협정(FTA) 연구원장을 맡는 등 국제무역과 관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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