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96)우리는 "보라매 3형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누구나 자기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는 길을 동생들에게 권유할 형이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하늘에서 생활」에 보람을 찾고 또 만족하고 있는 나는 어린 두 동생들이 택한 「3천만의 불침법」을 무척 대견하고 만족스럽게 여긴다.
31일은 우리 3형제가 차례로 발을 들여놓고 몸과 마음을 닦았던 우리들의 「영혼의 기지」- 공군사관학교를 막내가 졸업하는 뜻깊은 날. 두 동생들과 함께 은빛 번쩍이는 날개를 펴고 활주로를 뒤로 꿈과 동경의 하늘로 치솟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 뻐근하도록 흐뭇하다. 이날이 퍽 기다려졌던 것이다.
필승의 신념에 불타는 두 눈을 부릅뜨고 비행운을 뒤로, 갖가지 공중기동을 끝마치고 때로는 여명을 맞으며 때로는 낙조를 즐기면서 기지로 돌아가던 길, 선배 조종사들의 투혼이 스몄고 보라매들이 멋과 낭만이 깃들인 길이기도하다.
이제 막「제트」훈련을 마쳐 두형과 나란히 쪽지를 펴게된 막내 동생도 언젠가는 맥맥히 이어온 빨간「머플러」의 「파이팅」을 몸소 터득할 수 있으리라.
언젠가 외지에서「이스라엘」의 전투기 조종사들의 평균 연령이 스물다섯도 채 안된다는 사실을 읽은 적이 있다. 이들의 젊고 뜨거운 피가 지중해에 뿌려지지 않았던들 오늘의「이스라엘」이 건재할 수 있다고 보겠는가?
전투조종사들의 생활이 고된 것은 사실이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처럼『참고 노력하면 끝없이 넓푸른 하늘에서 단열매를 딸 수 있다』는 확신을 동생들에게 넌지시 일러주고 싶다.
오늘도 활주로에 깃들이는 저녁별에 출격의 신호만을 기다리는 믿음직한 애기가 한결 빛난다. 나는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보라매 3형제!」나는 동생들을 언제나 자랑스럽고 소중하게 맞이하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