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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중공의 재수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공과 북괴는 지난 3월2일 북괴 대사가 새로이 북평에 파견된데 뒤 따라 중공대사가 23일 평양으로 부임함으로써 1966년이래 냉각상태에 있던 외교관계룰 완전히 회복하였으며 보다 더 밀접한 우호관계에 들어섰다. 중공-북괴의 재수교는 69년 가을부터 양자가 재접근하게된 결과이지만, 중공-북괴가 3년간의 냉전대립사태를 극복하고 또다시 우호친선관계에 들어섰다는 것은 국제정치상 한반도정세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아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50년대 소-중공이 달콤한 밀월 여행을 지속하고 있던 동안 북괴는「모스크바」와 북평을 똑 같은 상전으로 모셔왔다. 그랬던 것이 62년말「쿠바」사태를 계기로「K-K평화공존」「무드」가 성립되면서부터 북괴는「모스크바」를 이탈하여 완전히 북평의 품에 안겼었는데 66년 여름 북괴는 소위「자주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북평을 이탈하고 또다시「모스크바」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 66년대에 들어서 중-소 대립이 세력권적대립의 성격을 뚜렷이 노출하게 되자 북괴는「모스크바」와 북평을 동시에 상전으로 모실 수 없게 되었고 그 중 일자를 택하면 반드시 타자로부터 버림을 받게되는 상황에 놓여 왔었다. 이런 북괴가 이번에 다시 중공과 우호친선관계에 들어선 까닭은 무엇인가. 살피건대 그 이유는 다음과 같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첫째로 작년 10월부터 소-중공은 북평에서 국경분규문제를 비롯, 양자간의 기본적인 계쟁점에 관해 일진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대화「무드」의 성립과 지속은 북괴가 다시 북평과 우호친선관계에 들어선다 해도, 반드시「모스크바」로부터의 버림을 받지 않으리라는 안도감을 주었을 것이요, 이것이 중공-북괴 재접근의「모멘트」를 조성하였으리라.
둘째로 69년 4월 미군 정찰기피격사건의 뒷 수습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바 소련은 북괴의 호전적 도발을 부채질하여 한반도의 정세긴장을 가승하느니 보다 미-소 평화공존의 대원칙밑에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면 오히려 이를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소련의 대미 평화공존 노선에 의한 한반도 정세긴장 완화정책은 북괴를 지극히 실망시켜온 것이다. 소련의 미온정책을 못 믿음직하게 생각하는 북괴가「아시아」에 있어서 대미 적대정책의 기수인 중공에 재접근하여 전의를 가다듬는다는 것은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다.
세째로 61년에 맺은 소-북괴간 상호방위조약이 71년6월에 만료가 된다는 사인을 고려에 넣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조약은 갱신합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기한만료와 더불어 자동소멸키로 되어있다. 최근 몇햇동안 소-북괴간의 움직임을 보면 소련이 이 조약을 다시 10년간 연장할 생각이 있는가 의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그리고 만약에 77년7월, 이 조약이 소멸된다고 하면 북괴는 그 안보상의 최대지주이자, 국제정치상 최 유력한 후견자를 잃게 된다. 이러한 우려가 북괴로 하여금 중공에 재접근케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련은 북괴가 중공의 독점적인 세력권에 편입되기를 원치 않을 까닭으로 중공-북괴가 재접근하면 북괴에 대한 안보지급을 지속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상 세 가지가 중공-북괴의 재접근을 가져올 정세상 배경인 것 같은데 중공-북괴의 재접근은 중공이 호전집단으로서 대미적대정책을 조금도 완화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존재이니 만큼, 북괴의 호전적인 도발의욕을 북돋워 줄 공산이 큰 것이다. 우리한국은 이점을 깊이 경계하면서 국가안보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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