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동구매' 매력 … 분양가 10~20% 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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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9년간 전세로 살아온 장모(34)씨. 전세 계약 갱신 때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 받는 바람에 괴로웠다. 그러던 중 우연히 부동산중개업소 벽에 붙은 조합원 아파트 모집 공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장씨는 “주변 아파트단지에 비해 분양 가격이 15% 정도 저렴해 조합에 가입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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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20명 이상의 지역 무주택 가구주가 모여 재개발사업처럼 조합을 만들어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주민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공동구매하는 셈이다. 사업 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하면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조합원을 모집 중인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20여 곳에 총 1만5000여 가구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조합 설립인가 건수가 늘고 있다”며 “최근 지역주택조합원 거주 자격을 완화한 주택법 개정 이후 문의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분양보다 분양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보통 주변 일반분양 아파트에 비해 분양 가격이 10~20% 저렴하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싼 이유는 시행사 없이 조합이 직접 사업을 하는 구조 덕분이다. 조합원들이 사업 주체가 돼 땅을 구입해 짓기 때문에 시행사에 들어갈 중간 이윤을 분양 가격에 얹을 필요가 없다. 시행사가 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 매입비 등을 충당하는 일반적인 주택사업과는 다른 구조다.

 게다가 일반 재개발·재건축사업보다 절차가 간소해 사업 속도가 빠르다. 제도적 환경도 뒷받침되는 추세다. 국회는 지난 6월 지역주택조합원 거주 자격을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전 동일 시·군 거주자로 제한된 조합원 자격 요건이 같은 시·도 광역생활권으로 확대됐다. 또 조합이 확보한 땅에 국·공유지가 5% 넘게 포함됐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조합원이 되려면 조합 설립인가 신청일 이전 6개월간 동일 시·도 광역생활권에 거주하면 된다. 주택조합 아파트 입주일까지 무주택이거나 전용면적 60㎡ 이하 1가구를 보유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 가입에 앞서 꼭 짚어야 할 점도 있다. 조합원 간 추가부담금 문제로 분쟁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집값을 보호해줄 안전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아 투자금을 몽땅 날릴 수 있다. 가입 전에 조합원이 얼마나 모집됐고, 토지 매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땅을 사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건설 예정 가구 수의 50%(최소 20명) 이상 확보하면 된다.

 이 밖에 지역주택조합의 비리 여부나 시공사의 재정 건전성, 자금 관리의 안전성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사업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모집→부지 매입·조합 설립→사업 승인→착공·분양→입주 등 순서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 점을 감안해 조합원 가입 신청에 앞서 진행 상황을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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