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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빈곤에 허덕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유럽 주민들의 절반 가량이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인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빈곤'인 것으로 나타났다.

WHO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유럽인의 건강 보고서'는 51개 국가, 총 8억7천만명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화요일(현지시간)에 발간된 이 보고서는 유럽인의 전반적 건강 수준은 세계 상위 수준에 속하지만, 국가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특히 동유럽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수명의 경우,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70세까지 증가했으나 구소련에 속하는 15개 국가의 평균수명은 56세로 떨어졌다.

WHO는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 주민들의 46%가 하루 생활비가 4달러 수준인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유럽의 경우, 빈곤선 이하 생활자는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하다.

암은 유럽인의 전체 사망 원인 중 약 20%를 차지했는데, 특히 동유럽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서유럽은 '만성 질환과 위험 요인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라고 WHO가 지적한 비만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빈곤으로 인해 전염성 질환, 특히 결핵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구소련 국가에서 결핵과 에이즈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신규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 수가 1995년 이래 매년 2배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

한편, 비전염성 질환이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의 75%를 차지한다.

WHO는 비전염성 질환으로 알콜 중독과 우울증, 심혈관 질환, 암, 신경정신적 이상 등을 꼽았다.

유럽 성인의 2천2백50만명 가량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주로 노년층에 영향을 미쳤던 당뇨병은 비만의 증가로 젊은 층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백6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유럽의 각국 정부와 보건 관계자들이 지난 10년 간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 보고서는 평균수명과 경제 성장 정도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WHO 유럽본부의 마르크 단존 본부장은 "건강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들은 모두 사회, 경제적 요인과 관련돼있다"며 "빈곤으로 의료기관으로의 접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빈곤은 유럽 전 국가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COPENHAGEN, Denmark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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