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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경제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은행은 18일 69년중의 경제동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과제를 지적한 연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농업생산의 증대와 건설업·사회자본에의 고율투자등으로 69년중에 고율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기는 했으나 국내 저축률을 크게 상회하는 투자지출의 지속적 확대로 초과수요압력이 가중되었고 그 위에 환율상승·간접세율 인상·공공요금 인상등으로 물가 상승추세가 강화되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 위에 이례적인 통화량 증가·재정팽창이 높은 소비수요와 어울려 물가요인으로서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국제 수지상의 경상적자를 자본도입으로 메우기 때문에 금리부담의 가중과 유동성증대를 초래하여 물가를 또한 자극하고 있음도 한은은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분석에 기초하여 한은은 소재 억제, 수출주도형 수입절약형 경제의 확립, 그리고 금융효율의 제설을 위한 금융자율성의 제고 및 금융 분업화의 촉진등 일련의 시정책을 건의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중앙은행이 경제의 안정을 성장보다 우선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나 한은의 연차보고서 내용을 보수적 속성의 또 다른 노출이라고 단순히 보아 넘겨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근자의 경제동향은 여러모로 안정기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징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한은의 지적을 기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안정문제가 가장 커다란 정책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음은 분명한 것이다. 이러한 과제에 직면해서 정부도 안정화를 위한 긴축정책을, 집행하고 있으며 유동성 증가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는 현금차관을 계속 동결시키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안정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조화와 종합성이 절실히 요청된다 할 것이며 그 뜻에서 근자의 안정정책은 충분하다고 할 수가 없을 듯하다. 우선 금융통화 면에 편중된 안정정책이 고율 투자고도성장정책과 조화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것임을 직시해야 할 줄로 안다. 금융통화면의 긴축은 곧 투자기본금조성의 원천을 막는 것이므로 그에 대응해서 투자계획 성장목표도 축소조정되어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목표나 투자계획을 근본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금융긴축만을 고집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안정문제가 당면과제인이상 안정에 유해한 공공요금 인상이나 독가점 가격의 인상을 허용하는 것도 정책적으로 조화를 얻지 못한 것이라 할 것이다. 금년들어 주요 건축 자재가격인상이 허용되었다. 그 위에「택시」요금인상이 사실상 허용되었으며, 석탄가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가격내지 요금동향은 안정화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끝으로 한은이 지적하고 있는 수입촉진적 산업정책의 모순을 어떻게 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야말로 장기적인 안정을 좌우할 근본문제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수입증가와 성장률간에 등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산업구조를 합리적으로 정리해 나가지 않는다면 외환면에서 오는 불안요인을 제거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안정을 위한 장기정책을 다른 어떤 정책목표보다는 우선시켜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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