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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경주는 신성하다|정병욱<서울대 문리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위협받는 경주의 옛 모습」이란 표제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내용인즉 경주일대에 널려 있는 여러 문화재 주변에 담을 둘러치고 주차장·매표소·유료변소·토산물 판매장·화단·어린이 놀이터·「풀」등을 만들어 모두를 유료화 하겠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놀라운 일은 새로 유료도로를 내며 무슨 다리도 놓겠다는 등, 큰 고분 하나를 발굴하여 그 내부를 공개한다는 계획도 있다 한다.
「국민교육 헌장」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우리는 『조상의 빛난 얼을 되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지난날의 모습을 바꾸어서는 결코 경주의 찬란했던 문화유산을 오늘에 되살릴 도리가 없음은 너무도 뚜렷한 사실이다. 「프랑스」의 정부는 세계 제2차 대전 때에 아름다운 「파리」에 참담한 전화를 입히지 않기 위하여 눈물을 머금고 「파리」로부터 철수한 일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리고 미 공군은 적국인 일본의 고적을 살리기 위하여 대판성이나 명고옥성에는 폭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 우리에게 아쉬운 것은 문화에 대한 「비전」이다. 이에 비하여 경주는 우리민족의 정신적인 고향 즉 「민족의 성지」로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모든 국민은 그들의 정신의 고향인 「로마」를 찾아보는 것으로 평생의 소원을 삼고 있다고 한다. 그렇듯이 우리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찾아보아야 할 경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러기 위하여는 옛 모습을 상하게 하거나 그 보존을 거슬리게 하는 모든 요소는 일체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경주의 아름다운 옛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양옥이나 「빌딩」또는 왜식 건물을 일체 철거하여 도시계획부터 원상을 되찾는 방향으로 구상해야 한다.
그리고 일제 때 그릇 설치해 놓은 기차 철로도 우량에서 입실로 곧장 빼고 화물「트럭」의 왕래도 제한해야 한다. 이런 일에 오히려 국가적인 기본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민족의 성지」로 가꾸어만 진다면 무슨 담이 필요하겠는가. 돈은 억지로 받기보다는 자진해서 바치는 경주로 가꾸어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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