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학 회장은] 하루 18시간 일한 억척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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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영안(永安)모자 백성학 회장은 한국에 부모형제가 없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말 단신 월남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의 소년시절은 고난과 역경 그 자체였다. 굶주린 배를 추스르기 위해 그는 55년 서울 돈암동의 한 교복모자 만드는 가게에 취직했다. 이게 인연이 돼 오늘의 '모자왕' 白회장이 탄생했다.

그는 40년 중국의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白회장의 조부가 일제의 압박을 피해 중국으로 이주한 탓이다.

그의 조부는 만주에서 영안이라는 상점을 하며 탁월한 상술로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白회장은 "조부의 뜻을 잇기위해 회사명을 영안으로 했다"고 말했다.

광복 후 白회장 가족은 북한으로 옮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월남하는 바람에 학력은 그게 전부다.

그러나 그는 경영과 인력관리, 기계 다루는 자질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려서 헤어져서인지 부모형제에 대한 그리움이 남다르다. 그는 그 회한을 직원들에게 쏟고 직원들을 동생, 자식처럼 여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잔정이 많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59년 영안모자점을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적자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술이 뛰어났다. 그는 당시 하루 18시간씩 일했고 진실로 고객을 대했던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의 꿈은 기업확장이 아니라 사회봉사다.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되 재산은 최소한만 주고 나머지 1천억대가 넘는 재산은 모두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다.

그게 경영인, 나아가 기독교인으로서의 도리라는 것이다. 지금도 그는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만 한다. 골프도 안친다. 골프칠 시간이 아까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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