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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의 개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획원은 5일 외국인 투자유치에 관한 방안을 마련,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동보고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투자환경이 [싱가포르]나 대만보다 불리해서 외국인투자유치가 어려우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획원은 그 방안으로서 외국인 투자업체의 생산품 일부를 국내 시판할 수 있게 하며, 기존 국내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으며, 노동쟁의를 막기 위한 특례법을 만들어야하며 잡화류 생산을 위한 투자도 허가해 주는 것이 좋다는 뜻을 제시했다 한다.
그 동안 허가된 외국인 투자는 l백78건으로 1억5천여 만[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현재 가동 중인 것은 77건에 7천2백만[달러] 뿐이라 하므로 외자도입 실적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의 비중은 지극히 낮다고 할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원리금상환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외환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환영받는 면도 없지 않으나 그것이 과연 외환문제에 압박을 주지 않으며 장기적인 국가이익에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차관의 경우 원리금상환부담은 확실히 무거운 것이나 그 대신 우리가 현명하게 이를 운영할 수만 있다면 그 장점은 외국인 투자보다 몇 갑절이나 많은 것이다. 우리 외국내정책이 제약받지 않으며, 상환기문의 고역을 치르고 나면 완전히 우리의 것이 되어 우리의 장래에 보탬이 되겠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관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나라에서는 직접 투자를 크게 개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이며 심지어 IMF8조국으로 이행할 단계에 있는 나라에서조차도 대폭적인 자본 자전화를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편 외국인투자는 법률상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우리가 지지 않는 것뿐이며 원금 및 과실에 대한 본국송금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외환수급상의 차리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선진기술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들어오는 외자인 이상, 투자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높은 것이며, 때문에 차관원리금 상환압박보다도 더 무거운 과실 송금압박을 받을 가능성은 짙다할 것이다.
외국인투자가 이루어지는 국제적 기준은 투자원금의 3∼5년내 회수가능성이 보장되는 것인가에 있는 것으로 국제적인 연구결과는 판정하고 있는데 사실이 그러하다면 외국인투자가 결코 외환수급면에서 차관보다 더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미제국의 경우 과실송금이 가장 큰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을 볼때 외국인투자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 할 수는 없다할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외국인투자업체에 대한 국내판매허용과 기존 국내업체의 인수 및 잡화생산을 함께 허용한다면, 외자에 대한 자유화의 폭은 굉장히 확대되는 것이라 할 것이며, 결국 실질적인 완전자유화에의 접근과 다를 바 없이 되는 것이 아닌 가도 생각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유의 자유화가 당장 허용될 수 있는 상태인지는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또 임금쟁의를 완전 동결시키는 것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자나 외국인투자를 허용하는 궁극적 목적이 국민의 후생증대에 있는 이상, 후생증대를 제한하는 법률을 우리 스스로 마련한다면, 상당한 물의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임금제한이 단기적인 투자유치에 도움을 주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내국인의 분배분을 축소시키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 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외자에 대한 개방은 한번 허용되면 다시 후퇴할 수 없는 국제적 문제인 것이므로 단기적인 이득에 구애되어 장래를 생각지 않고 한꺼번에 개방시켜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 그것을 급히 서둘러서도 아니 된다. 단계적으로 개방해가면서 그 여파를 [체크]하는 신중을 잃지 말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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