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푸틴에겐 '전환점'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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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왼쪽)과 푸틴 대통령은 최근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과 워싱턴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있던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로서는 가장 먼저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TV 연설에서 "러시아는 테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미국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나는 러시아의 이름으로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당신들과 함께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몇 달 뒤, 푸틴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과 9ㆍ11 테러 계획에 대한 사전 경고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푸틴은 "미국에 '정말 걱정스럽다.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그들이 분명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라고 밝혔다.

2년 전, 러시아는 수 차례에 걸쳐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파트 폭발 사건으로 고통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것이 국제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를 공격할 준비를 할 때,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말 이상의 협력을 제공했다.

그는 "러시아는 앞으로도 국제적 테러분자들의 조직과 소재지 및 훈련 상황에 대해 수집한 첩보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엄청난 결정 사항 중에는 푸틴 대통령이 중앙 아시아 국가들을 움직여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군대가 구 소련연방의 군사 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푸틴은 많은 것들을 양보했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협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이에 냉정히 대처했다. 그 결과, 한 때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붕괴가 임박했다는 시비를 단숨에 종식시켰다.

또한 미국 정부가 미군을 러시아와의 국경 부근인 조지아로 보냈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부소장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외교 정책에 있어서 혁명과도 같은 일을 해냈다고 여기지만 이 혁명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도, 9ㆍ11 테러 때문에 일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푸틴 대통령은 9ㆍ11 테러를 당시 윤곽을 드러낸 자신의 외교 정책을 교섭할 기회로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트레닌 부소장이 미국 및 서방 국가들과 완벽한 협력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향으로 자신의 외교 정책 및 방위 고문들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트레닌 부소장은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대가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다음의 것들을 얻었다.

  • 당초 부시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으려 했던 무기 감축 협정의 공식화.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서 러시아의 역할 강화.

  • 선진국 모임인 G8에서의 정회원 자격 약속.

  • 서방에 대한 대체 에너지 제공자 자격 약속.

    또한 푸틴 대통령은 체첸 반군과의 분쟁을 전체적인 국제 테러와의 전쟁과 연계시킬 수 있었다.

    푸틴 대통령도 9ㆍ11 테러가 러시와와 세계의 관계에 있어 '전환점'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실용주의자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서방의 협조와 투자가 필요로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목표에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섰다.

    MOSCOW, Russia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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