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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5남매, 손주까지 3대 일가족 보험사기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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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살 딸 태운 채 고의로 사고, 3층 빌라에서 떨어지고, 범행용으로 차 16대 구입.

할머니와 5남매, 손자·손녀까지 3대가 연루된 보험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6년간 일부러 36번의 교통사고를 내고 총 6억5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금모(45·여)씨를 구속하고 금씨의 어머니 오모(70)씨 등 일가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범행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대부분 큰딸인 금씨가 주도했다. 금씨는 그해 7월 22일 오전 1시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후문에서 여동생의 차에 자신의 두 딸을 태웠다. 그중 한 명은 세 살밖에 안 됐지만 개의치 않고 여동생에게 운전을 시켜 주차 중인 청소차 컨테이너에 돌진하게 했다. 보험사에는 자신을 포함, 7명이 탔다고 부풀려 치료비·위자료 등 보험금 9610만원을 받아냈다.

 2011년 8월엔 남편과 이혼하면서 헤어졌다가 13년 만에 다시 만난 딸 최모(당시 14세)양을 이용했다.

전 남편 최모(46)씨를 설득해 친권을 넘겨받은 금씨는 곧바로 딸 명의로 4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한 달 뒤 동거남을 시켜 최양에게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게 하고는 58일간 입원시켰다. 1000여만원의 보험금이 나왔다. 퇴원해서 금씨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새벽, 최양은 공교롭게도 빌라 3층 창틀에서 떨어졌다. 금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새벽에 공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최양을 진단한 의사는 “바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 수 있다”고 강하게 권고했지만, 금씨는 이를 외면했다. 결국 최양은 하반신이 마비됐다. 금씨는 다시 1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금씨와 가족들은 벌판에 서있는 전봇대를 일부러 들이받거나 새벽에 갓길에 주차된 차량에 접촉 사고를 내 보험금을 받았다. 차량에 타지 않은 사람을 탄 것처럼 속이거나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도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수법도 썼다. 이들은 모두 뚜렷한 직업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나 고물을 판 돈으로 생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금씨와 어머니 오씨, 그리고 금씨의 형제·자매 4명과 배우자, 자녀 등 13명은 117개의 상해·장애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3개의 보험사에 나눠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 월 보험료와 보상 한도 등 보험상품 종류도 소득 수준에 비해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했다. 모두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상품을 고르는 역할은 젊은 시절 보험 설계사로 일했던 어머니 오씨가 맡았다. 생명보험협회 소순영 부장은 “협회가 보험사에 가입 정보를 제공하고 금감원도 모니터링을 하지만 소득에 맞춰 적정 수준의 보험에 가입하면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많은 보험에 가입한 만큼 많을 때는 월 보험료만 15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보험료는 보험사기로 받은 보상금으로 돌려 막았다. 범행에 쓸 중고 차량 16대도 보험금으로 마련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가족 3대가 연루된 보험사기는 전에 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피의자들이 입원했던 병원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해 보험사기가 더 있었는지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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