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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보 본색 … 홍명보 2기 대표팀 20명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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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홍명보 감독이 6일 축구회관에서 페루전 대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명보(44) 축구 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추구하는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홍 감독은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페루와의 평가전(14일·수원월드컵경기장)에 나설 대표팀 명단 20명을 발표했다. 핵심은 1m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25·울산)을 제외한 것이다. ‘뻥축구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표팀 전체에 던진 것이다.

 김신욱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2골을 터트렸다. 외국인을 제외하면 득점 1위다. 헤딩과 몸싸움이 좋고 발기술도 겸비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김신욱이 들어오면 플레이가 단순해진다. 경기 종료 15분을 남겨두고 전술을 상대에게 알려준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28일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1-2로 패한 뒤에도 “장신인 김신욱이 출전하면 다른 선수들이 무의식적으로 전방으로 공을 띄워 공격이 단조로워진다”고 아쉬워했다. 이는 김신욱을 향해 무조건 공중볼을 올리는 동료 선수를 향한 질타이기도 했다.

 김신욱과 나란히 K리그에서 12골을 기록 중인 이동국(34·전북)도 제외했다. 홍 감독은 “검증받은 선수지만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동국(1m87㎝)도 김신욱처럼 중앙에 박혀 있는 원톱 스트라이커 스타일이다.

 이들 대신 공격진에 낙점된 선수는 조찬호(27·포항·1m70㎝), 임상협(25·부산·1m80㎝), 이근호(28·상주·1m77㎝), 조동건(27·수원·1m80㎝)이다. 조찬호는 올 시즌 K리그에서 9골, 임상협은 8골을 기록했다. 이근호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11골로 득점 선두다. 이들은 김신욱·이동국보다 키는 작고 골도 덜 넣었지만, 몸놀림이 빠르고 기술이 좋다. 조동건은 올 시즌 2골밖에 못 넣었지만 영리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홍 감독은 “2선 공격수들이 빈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을 뽑아내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로톱(최전방 원톱을 두지 않는 전술)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제로톱은 잘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원톱이 2선 공격수와 자주 자리를 바꾸고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홍 감독의 스타일은 최신 전술인 제로톱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조찬호·임상협·이근호·조동건은 활동량과 연계 플레이를 중시하는 홍 감독의 전술과 맞아 떨어지는 선수다. 김호 1994 미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포스트 플레이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공격진에서 포지션을 바꿔가며 폭넓게 뛰어줄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공수 모두 원활해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사실상 방출 수순을 밟고 있는 박주영(28)도 뽑히지 않았다. 홍 감독은 “박주영은 군사훈련을 받았고, 경기 감각도 떨어져 발탁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 감독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K리그 구단을 배려해 팀당 선수 차출을 2명으로 제한했다.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맞춰 12일 소집한다. 동아시안컵 때와 마찬가지로 정장을 착용해야 한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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