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독립은 돌이킬 수 없는 과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의 독립성 확보는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다. 그간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면서 검찰 개혁, 나아가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인식을 같이하고 검찰 독립성 보장을 강조해왔다. 그것은 청와대와 정부의 면면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단행하면서 검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신임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고등고시 사법과 12회, 홍 민정수석은 사법시험 18회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사시 23회)과 채동욱 검찰총장(사시 24회)의 검찰 선배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검찰 조직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사법연수원 기수(期數)에 따라 승진이 이뤄지는 ‘기수 문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특히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의 핵심이다.

 그러나 검찰 독립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이명박정부 시절 주요 정치인 수사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뒷말이 나오곤 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이나 내곡동 사저 사건은 ‘부실 수사’ 논란 속에 각각 재수사, 특검 수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공익의 대표자가 돼야 할 검찰 조직은 ‘정치검찰’이란 멍에를 써야 했다. 현 정부 들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출범 32년 만에 폐지된 것 역시 중립성 시비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검찰에게 권한을 준 것은 엄격한 법 집행으로 권한을 세우라는 뜻”이라며 “검찰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부정부패가 척결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 조직이 행정부에 소속돼 있는 만큼 그 권한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 나아가 검찰이 국민의 믿음 위에 서도록 개혁을 독려해야 한다. 그렇지만 검찰의 특정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엔 언급을 자제하는 게 수사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발언의 정치적 파장을 떠나 불필요한 오해와 시비를 낳을 수 있다. 제도 개편도 중요하지만 청와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검찰과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검찰의 구태 청산은 한번 삐끗하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대통령과 청와대, 검찰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검찰을 정치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다. 검찰도 조직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의 압력에 무릎을 굽히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국민은 어수룩하지 않다. 과연 검찰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