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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원의 통일방안 연구 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통일에 관한 국민여론의 소재를 알기 위해 실시했다는 국토통일원의 여론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었다. 통일에의 희구, 남북 교류문제, 남북한의 비교 등 39개 항목에 걸친 여론 조사 결과는 작보 한바와 같이 응답자중 90.6%나 되는 절대다수가 열렬하게 통일을 바라고 있으나, 그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세대에 따라 약간의 이견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반영하여 주목을 끌었다.
20일 신 통일원장관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통해『변천하는 국제정세 아래서 한국의 통일 정책은「유엔」감시하의 총선 방안에만 고착 되어있을 수는 없으며 탄력적이어야 한다』는 주목할 만한 소견을 피력했으며, 아울러『세대간의 의견 차가 현저함에 비추어 특히 공산주의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 대한 반공교육의 차원을 높여 앞으로는 세대 관을 조정하는 통일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통일원이 실시한 이러한 여론조사결과나 또 그것을 근거로 한 신 장관의『탄력성 있는 통일방안』운운은 한마디로 너무 조급하고 경솔한 발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우리는 통일원이 발족 후 일천할 뿐만 아니라, 그 기구나 예산사정 때문에도 많은 고충을 겪었을 것임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국토분단 25년의 쓰라린 현실 하에서 국토통일의 날이 오기를 목마르게 희구하는 수천만 국민의 피맺힌 염원의 소산이라 할 국토통일원이 고작 2천개 정도의 표본 조사를, 그것도 제삼자에 위촉 실시함으로써 그것을 근거로 하여 정부의 통일정책을 성급하게 운위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경솔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발표된 내용 중에는 자칫 국민의 반공자세에 동요를 일으킬 위험 한 요소마저 엿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신 장관은 탄력성 있는 통일방안 또는 신축성 있는 통일정책을 운운하였는데 이 말은 우리 나라 외교 정책뿐 만 아니다 대한민국 존립의 핵심적 근거라 할 수 있는「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로서의 대한민국 정부가 가진 법적 권위를 경우에 따라서는 신축성 있게 처리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오해받기 쉬운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분단된 한국의 통일문제에 관한 우리측과 공산 측과의 이견의 촛점은 지난 54년의「제네바」회담이래 오늘날까지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우리측으로서는 『「유엔」에 의하여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서의 권능을 부여받은 대한민국 정부의 주도하에「유엔」감시 하 인구 비례에 의한 총선거 원칙』을 계속 고수해 왔던 것이며, 이에 대하여 공산 측은 끝까지 「유엔」의 권능을 무시하고 자기들의 괴뢰 정권을 기정 사실로 인정한다는 전제아래서 남북간의 1대 1 협상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우리가 아무런 뚜렷한 대안도 없이 신축성 있는 통일정책을 운위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제정세의 변천에 따라 설사 외교정책의 신축성 있는 조정이 꼭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조정은 큰 안목에선 이득을 전제로 치밀한 연구검토를 걸쳐 행해질, 것이지, 먼저 이쪽의 손안을 적들에게 알려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군다나 3천만의 남한 인구를 전수로 하는 사회조사에서 그 표본 수가 0.006%정도에 불과한 모집단표집을 가지고 남한 인구 중 30만 내지 1백 50만(1%∼5%)의 용공분자가 있는 것처럼 추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표준편차가「네글러저블」한 수치를 가지고 전체를 유추하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불가한 것임은 물론이지만, 이 때문에 국민의 반공자세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 이는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통일원이 앞으로의 반공교육에 언급하면서 그 차원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자 한다. 오늘의 여건 하에서 국토 통일원은 눈에 띄는 업적을 과시하려고 하기보다는 서독의 통독 문제성과 같이 차분한 연구의 집적을 통해 국민의 통일자세를 가다듬는 모체구실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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