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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가교…환정 사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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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경=조동오특파원】지난달 30일 일본 동경 고등재판소에서 세칭 「마루쇼」(환정) 명예훼손 사건이 결심됐다. 억울하게 강도살인의 누명을 쓰고 무기형을 복역하고 있는 교포 이득현을 구하려다가 일본인 변호사 두 사람이 피고석에 선 이 사건의 언도 공판은 빠르면 4월말께, 늦으면 6월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가 된 영목충오씨와 정목홍씨는 무죄 판결이 거의 확실해 지고 있어 한국에 있는 이득현 사건 후원회, 일본에 있는 환정 사건 후원회가 다같이 이득현 피고의 억울함을 밝히는데 한 걸음 전진했다고 밝은 기대를 안고있다.

<「환정사건」이란?>
이득현 사건은 1955년5월12일 새벽 일본 정강현 삼도의 환정 운송점 주인 「고이메」가 살해된 데서 시작됐다. 수사하던 경찰은 사건 당일 현장 50m근처에 세웠던 「트럭」운전사 영목일부와 조수 이득현을 진범으로 검거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득현의 변호를 맡은 영목·정목 두 변호인은 범인은 피해자와 한집에 사는 피해자의 오빠, 올케, 동생의 셋이라고 주장했으나 운전사 영목일부가 범행을 했다고 허위 자백한데서 진범으로 몰려 이득현은 무기, 영목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두 변호인은 소출 일가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어 16회의 공판을 거쳐 지난 30일 결심, 언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공판에 참석했던 이득현 후원회장 계창업씨는 41만명의 구명 탄원 서명철을 재판부에 내고 한국인을 위해 싸워주는 영목·정목 두 변호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좌담회를 통해서 그 동안 두 나라 후원회의 활동상황과 의견을 나누었다. 중앙일보 동경 지사에서 열린 이 날 좌담회에는 정목홍씨·현목충오씨·후원회 사무국장 환산상씨·회원 시전희미웅씨(전 조일신문 논설위원)정목·영목씨의 변호인단·주임 변호사·삼장영삼랑씨 그리고 한국의 이득현 후원회 계창업 회장이 참석했다.
계=바쁘신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정 명예훼손 사건은 너무 알려진 것입니다만 당사자인 두 선생님께서 이 사건에 관련된 동기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정목=이 사건은 퍽 오래 된 것입니다. 1955년에 이득현과 영목일부가 강도 살인을 했다는 것을 지방 변호사들이 저에게 갖고 왔습니다. 저는 바빴기 때문에 형사 사건에 저명한 영목 선생에게 억울한 누명 사건이 아닌가하고 조사해 달라고 부탁 드렸더니 조사결과 누명을 씌운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얻었지요.
제1심이 「시즈오까」재판소에서 있었고 고등재판소에서 공소심이 있었으나 변변한 심리도 없이 처리됐어요. 그래서 사건을 훑어보니 이가 범인이 아니라는 물증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최고재판소에 상고했더니 보지도 않고 기각하더군요.
재판은 어둠에서 어둠으로 흐르고 있어서 법정만으론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세상에 알리기로 한 것이지요.
「스즈끼」가 허위 자백해서 이가 살인범으로 몰린 것은 일본 재판의 잘못뿐 아니라 일본인의 허위자백 때문에 무고한 한국인이 벌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읍니다.
지금도 일본재판소는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 우리를 유죄로 하려는 것이니까 이것을 세상에 알리려 한 것이 발을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
영목=정목씨가 말씀을 해서 제가 제일 먼저 이득현을 만났읍니다. 이는 저를 만나자 선생님, 저는 정말 불행합니다. 영목이 그날 아침 15분만 빠르거나 늦게 깨워 주었어도 이 같은 불행은 없었을 것인데 라고 말하면서 영목은 홀어머니 때문에 빨리 나가려고 허위자백을 했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이것을 듣고 범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굳혔읍니다. 기록을 더듬어 보거나 관계자 진술을 들으면 더욱 무죄임이 뚜렷합니다. 이가 체포되기 전에는 이를 의심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나 체포된 뒤에는 모두 경찰이 말하는 것과 같이 말을 뒤집거든요. 평소 의심스러웠다는 것입니다.
환산=판결내용을 보면 분노가 치밉니다. 닭을 잡는데도 5분이나 10분 걸리는데 어떻게 살인 범행을 5분에 저지릅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누명을 씌운 것이 틀림없읍니다.
영목=집안 놈들이 했다는 증거가 산더미 같아요. 한국 사람에게 이게 뭣입니까. 국치라고 생각합니다.
계=후원회는 어떻게 생겼읍니까.
시전=저도 처음에 두 선생님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해서 어떤 사건인가 하는데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대원무웅씨에게 증거 수집을 부탁했지요. 어쨌든 대원씨가 2년동안 16회의 공판을 열도록 새로운 증거를 수집했고, 이번 공판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된 것으로 믿습니다만 산구춘웅씨의 조차일지가 가짜라는 증언은 극히 중요한 것입니다.
삼장=오래된 것이지만 하산 사건 때 사건을 타살로 본 대촌 감정 ,송본 감정이 진범을 따로 지목했고 이 감정에 반대되는 감정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불합리가 어디 있습니까. 곧 이군을 무죄로 풀어 내야합니다.
계=한·일 두 나라를 위해서 정의와 진실을 찾는 일에 힘 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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