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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SK 수사 배경은 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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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 정부 출범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검찰이 SK그룹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SK㈜ 최태원(崔泰源)회장 등을 출국금지하는 등 전격 수사에 나선 것과 관련, 그 배경이 무엇인지 재계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랭킹 3위 그룹의 성쇠가 걸린 메가톤급 사안이라 자연스레 검찰과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측 또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 측과의 교감설이 나오고 있고, 검찰 자체 판단이라면 진짜 배경은 무엇인지도 관심사로 부상했다.

◇검찰의 독자 수사=盧당선자 측과 청와대 측, 인수위, 여야 정치권의 설명을 종합 분석해 보면 일단 검찰 자체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수사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박주현(朴株賢)청와대 국민참여수석 내정자는 "정상적 절차가 아니겠느냐"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검찰 안팎의 개혁 분위기, 정치권 눈치보지 말고 한번 해보자는 것과 연결돼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교체와 유임의 기로에 서있는 김각영(金珏永)총장의 승부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새 정부의 검찰 개혁론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외과수술을 당하기보다는 자체 치유책의 하나로 盧당선자의 '재벌개혁' 원칙에 맞춰 나가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SK증권 사건은 1999년에 일어났지만 재벌의 투명하지 못한 내부거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며 "검찰이 새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실천하겠다는 메시지로 이 사건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좀더 나가 "검찰이 '원칙대로 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며 새 정부에 시위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검찰은 이번 수사가 통상적인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책임자인 이인규 서울지검 형사9부장은 "SK 수사는 지난달 초부터 해왔으나 현대의 대북지원 의혹 수사에 휘말려 중단했다가 현대 수사가 유보되면서 다시 시작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20일 평검사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어 부 소속 검사들이 흩어지기 전에 마무리하려 서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DJ 개입설=정치권 일각에서는 DJ 개입설도 나오고 있다. "대북 송금 파장을 불끄기 위한 것""새 정부가 출범 후 DJ측을 압박해 오는 것을 차단하려 당선자측과 재벌 간의 갈등을 확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재계에서는 당초 "대북 송금 의혹을 덮기 위해 SK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측은 검찰이 과연 임기가 일주일 남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겠느냐는 반론에 부닥친다.

◇새 정권과의 교감설=인수위는 지난 13일 법무부.금감위.공정거래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관련 부패 추방'정책간담회를 갖고 "기업의 분식회계.담합.금융비리 등 경제 관련 부패를 일소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무부와 검찰측도 "기업 비리 및 금융분야 부정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보고했다. 때문에 인수위-검찰의 사전교감설도 제기됐지만 盧당선자 측은 모두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진표(金振杓)인수위 부위원장은 "17일 오후 8시20분쯤 조각 심사 작업을 하고 있던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 내정자에게 盧당선자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전화가 왔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조직생리상 1주일 후면 들어설 새 정권 핵심과 교감 없이 이런 일을 벌이겠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최훈.이수호.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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