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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트]에 도전한 신문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독정부 대 [슈프링거] 의 혈투>
[슈피겔지=본사특약]서독의 「브란트」사민당정권과 신문왕 「악셀·슈프링거」가 운명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69년 가을 총선거에서 사민당이 승리하여 사민·자민연합의 「브란트」정권이 수립되었을 때 「유럽」최대의 「매스컴·파워」를 휘두르는 「슈프링거」가 소유하는 9개 신문들은 한결같이 「빌리·브란트」의 갈 길은 험난하다고 예언했다.
이것은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슈프링거」계 신문들이 [브란트]정권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방해할 것이라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서독의 유권자수가 4천만인데 「슈프링거」계 신문의 독자는 그 절반에 해당하는 2천만이나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익·보수적인 노선을 고수하는 [슈프링거]와 적대하는 「브란트」정권의 앞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슈프링거]가 [브란트] 정권을 타도하려는 첫째 원인은 [브란트] 수상과 [셀] 외상의 진보적인 동구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한때 서독 내에서 용공·진보적인 지식인을 자처하던「슈프링거」는 60년대 초 소련을 방문하여 [흐루시초프]로부터 냉대를 받았을 뿐 아니라 통독전망이 어두움을 알고는 보수적인 노선으로 방향전환을 했다. 그는 자기가 [매스컴·파워]를 통해 국내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통독을 실현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브란트] 정권은 발족하자마자 동독을 사실상 승인하고 소련·동독-[폴란드] 등과 협상을 모색할 뿐 아니라 [브란트] 수상은 『나는 이제 통일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슈프링거」는 최근 통독달성, 동독승인 반대 등 자신의 정치견해를 사규에 삽입하여 [브란트] 정권과의 싸움에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슈프링거]계 신문이 [브란트] 정권을 공격하지 않는 날이 없다. 서독정계에서는 정치인이 「슈프링거」와 맞붙는 것은 자살행위로 통한다. 「슈프링거」계 신문의 일제공격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사민당이 의석을 잃고 특히 연립여당이 5%이하의 득표로 의석을 모조리 잃는 경우 연방정부의 연공까지 무너질 위험이 크다.
[슈프링거]계의 신문독자 중 사민당 지지층이 56%로 기민당 지지층 44%보다 훨씬 많음을 고려하면 [브란트] 정권의 위기는 심각한 것이다.
[슈프링거] 대 [브란트] 싸움의 또 하나의 원인은 「슈프링거」가 TV방송에 진출하려는 것을 사민당정권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9개 신문만으로도 여론을 마음대로 조작 또는 오도할 힘을 가진 [슈프링거]가 TV까지 소유하면 청룡이 날개를 가지는 격이 된다.
[슈프링거]는 관영 TV방송국인 [스튜디오·함부르크]의 주 45%를 사려고 오래 전부터 교섭중인데 결정권을 가진 모체인 [노르트·도이치] 방송국(NDR) 이사진은 사민6명, 기민5명으로 구성되어있다. [브란트] 정권타도에 기민당과 공동전선을 펴고있는 [슈프링거]는 6대5의 벽만 깨면 TV방송에 참여, NDR까지 장악할 야심을 갖고있다.
그러나 「브란트」 정권과 사민당은 연일 회의를 열고 저지책을 연구중이다. [슈프링거] 는 사민당소속 이사의 일부를 매수 또는 설득시키는데 낙관하고 있다. 만약 실패할 경우 그의 출판사가 자리잡고있는 [슐레스비히·홀수타인]주의 「아렌스바하」에 독자적인 TV방송국을 세워 재정난에 빠진 [스튜디오·함부르크]의 인재들을 [스카우트]할 제2전선까지 쳐놓고 있다.
[무관의 제왕] 이란 [슈프링거]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한데 외교노선에서 평행을 달리는 수상 [브란트]와 재야의 실력자 「슈프링거」의 싸움의 결과는 방금 시동한 서독의 동방정책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관전자」손에는 땀이 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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