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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상화 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체제를 갖춘 신민당은 당기구 구성이 끝나는 대로 2월초부터 라도 여야총무회담을 열어 국회정상화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며, 필요하면 유당수가 직접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게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공화당의 김 원내총무도 신중히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긍정적인 태도표명을 했다한다. 양당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지금까지 막후 접촉의 형식으로 유지되어 오던 양당간의 대화가 공식협상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대화나 협상은 근 4개월동안 비정상적인 상태에 빠졌던 국회의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것인데, 국회정상화는 대의민주정치기능 부활의 전제를 이루는 것이니 만큼 우리는 국민적 입장에서 양당간 협상기운의 성숙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몇몇 군소정당의 흡수·통합과 재야인사의 영입으로 당세를 확장하면서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체제를 구축한 신민당은 종전에 취해오던 등원 거부전율을 근본적으로 재검하게 되었다. 등원 거부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여당으로 하여금 일당국회의 궁지로 몰아 넣고, 그 독주를 자제치 않을 수 없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취해졌던 전술이다.
그러나 작년말의 정기국회는 야당의 등원거부가 공화당 독주를 견제하는데 별 무효과였음을 입증했을 뿐더러 국정감사나 예산심의 참가의 자진포기는 오히려 국민과 야당에 손해가 된다는 것을 경험상 교훈으로 남겨주었다. 이것이 아마도 오늘의 신민당으로 하여금 [선등원·후협상]의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게 한 소이인줄 안다. 그러나 당 투쟁노선의 전환에는 설령 종전의 것이 명백한 오류였음이 드러났다 하더라도 그 실천에는 어떤 중대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새 지도 체제의 수립은 신민당으로 하여금, 이와 같은 계기를 갖게 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제 신민당은 종전의 강경한 노선에 구애됨이 없이 대여투쟁에 있어서 유연성을 발휘해 가지고 실리추구에 주력함이 현명할 것이다.
신민당의 대여 투쟁노선 전환의 움직임에 대해서 공화당은 반드시 성의 있는 반응을 보이도록 해야한다. 일당국회로 국정감사와 70년도 예산을 처리하고 난 공화당으로서는 야당이 원내에 들어와도 좋고, 안 들어와도 좋다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을는지 모른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면, 야당을 끌어들여 국회를 정상화하기도 어렵겠거니와 설령 야당동원으로 형식상 양당국회를 구현해 놓는다해도 그것은 국민이 원하는 의회정치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야당의 존재가치나 의의를 인정치 않고 소수의견을 늘 말살하는 의회정치, 야당을 여당독주의 들러리로서만 간주하는 의회정치는 어디까지나 사이비 의회정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당은 오늘의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지 못하게 한 책임이, 바로 자기자신에 있음을 통절히 느끼고, 야당으로 하여금 원내에 복귀하는데 최대한의 체면을 세워주도록 노력 해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정치적인 양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의민주정치에 있어서 다수당의 양보는 조금도 수치가 아닐 뿐 더러, 오히려 강자의 관용을 표시하는 수단임을 인식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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