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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어윤대 신임 高大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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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문학 등 극히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사람만 신임 교수로 뽑겠습니다."

오는 20일 제15대 고려대 총장으로 취임하는 어윤대(魚允大.58.경영학)교수는 18일 오전 교내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4년 임기 동안 2백50여명의 신임 교수를 영어 능통자로 채용하면 현재 10%에 머물고 있는 영어 강의의 비중이 30%까지 늘어나 '영어 공용화 캠퍼스'의 초석이 마련될 것입니다."

魚교수는 "대학과 기업, 정부부처에서 쌓은 다양한 실무 경험이 높은 평가를 얻어 총장으로 선출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겸비한 CEO형 총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재정경제부 산하에 설립된 국제금융센터의 초대 연구소장으로 1년간 재임하면서 본격적인 국제금융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 원장과 한국경영학회 회장 등을 거쳐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고려대는 2010년까지 세계 1백대 대학에 진입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며 "개교 1백주년이 되는 2005년까지 그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1백대 대학에 진입하기 위해선 교수는 지금보다 2배, 예산은 10배로 늘려야 합니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의 체질과 특성에 맞는 경영 방식을 도입하겠습니다."

그는 또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 대학.대학원의 인원과 투자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대학원생 전용 기숙사도 건립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총장 선출 심사 과정에서 교내 인사들에게 ▶대학발전기금 조성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이행 ▶서창캠퍼스의 특성화 전략 등과 관련,현실 가능한 방향을 제시했었다.

이와 함께 그는 총장에게 집중된 행정권과 인사권을 분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단과대 학장에게 인사권을 과감히 넘겨 현재의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을 깨고 능력 위주 인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단대 학장의 임기가 2년으로 짧지만 중임한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존의 관행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연세대 등이 추진 중인 기여입학제에 대해선 "국내 사립대가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지만 현재 여러 사회적 여건상 도입이 쉽지 않다"며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교육.홍보 등의 사업을 다른 사립대학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魚교수는 "고려대가 다소 보수적인 편이이어서 개혁 과정에서 여러 반발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며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魚교수는 정복주(鄭福珠.55) 이화여대 성악과 교수 사이에 두 아들을 뒀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장남 호선(26.경영학과)씨는 학교 다닐 때 의도적으로 아버지의 수업을 피했지만 오는 25일 졸업식에선 아버지의 명의로 된 졸업장을 받게 됐다.

"호선이가 1등을 못해 직접 졸업장을 주지 못하지만, 부자(父子)의 이름이 함께 인쇄된 졸업장은 흔치 않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총장 취임식에서는 김우식(金雨植) 연세대 총장, 20년 지기인 정운찬(鄭雲燦)서울대 총장이 각각 축사를 할 예정이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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