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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제 의무교육안의 후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몇몇 전직장관들이 무책임하게 공언했던 9년제 의무교육제의 실시는 8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16이후 역대 문교당국자는 중등교육 5개년계획이 완성될 오는 72년도부터는 선진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은 9년제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다짐해 왔으며, 특히 작년도부터 시행중에 있는 중학무시험 진학제는 그 전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던 것인데, 최근 문교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같은 계획이 오늘의 교육재정형편을 전혀 도외시한 허황한 꿈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하게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국민학교 실태가 그 물적 시설면에 있어 심한 낙후상을 면치못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당국은 현존하는 5천8백10개 국민학교 (8반9천5백개 교실)외에 67∼71년의 의무교육완성 5개년 계획기간중 3만4천4백여개 교실을 신축하는등 계획을 세웠으나 69년말까지의 실적은 그중 54·6%가 완수되었을 뿐이며, 이 계획이 완성되는 경우에도 서울·부산등 대도시 국민학교는 여전히 한 학급당 70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에다가 다부제 수업의 궁색을 면할 길이 없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전체 국민학교의 태반이 교육장 불가결한 전기·상수도·전화시설을 못갖추고 있다는「쇼킹」한 보도조차 있었던 것이다.
69년도 정부예산 3천7백9억원중 문교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7·6%(5백88억)로서 이중 일반경비를 제의하고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지출된 투융자액수는 1백31억원임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투자가 전국 9천4백70여학교, 7백63만여 각급 학교학생을 위해 쓰여진 금액으로서는 얼마나 부족한 것인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8백15억원에 이르는 국방비와의 교량은 차단하고서라도 정부의 총 투융자규모 1천3백38억원과 견주어서도, 한 나라의 골격구조 (인프러스트럭처)라고 하는 교육투자가 너무도 과소평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갈은 처지에서, 적어도 5백10억원의 신규재원이 필요하게될 9년제 의무교육의 실시를 당분간은 거론치 않겠다고 말한 현 문교당국자의 입장은 애석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결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69년7월 중앙교육연구소가 밝힌 우리나라 국민의「교육비 부담 실태조사」결과가 말해주듯이 전체 교육비부담중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앞질려 약 70%에 달하고 있는 실정등은 사회적 견지에서도 허울만의 의무교육기간 연장이 도리어 유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것이다.
다만, 오늘날 9년제이상의 의무교육실시는 세계적인 추세라는데서 이를 극복키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무하나하격으로 요구된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에서 교육재정에 대한 투자비율을 현재의 여건하에서 나마 최대한으로 늘리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실질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3년제 중등교육과정의 이수를 가능케 할 방송통신교육제도의 도입 등을 서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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