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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신중해야 할「노벨」상 추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지난 해에는 이웃나라 일본에「노벨」문학상이 찾아와 우리나라의 꿈 많은 문인들의 가슴을 한꼇 부풀게 해주었다. 올해에는 일찍부터 좀더 절실한「후보자 추천」의 의뢰까지 받았으니, 우리 일간신문마다 지면에 온통 꽃이피고 장안이 떠들썩하도록 그 이야기가 오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리 허영된 실없은 일은 아닐는지 모른다.『적당한 후보자』로서 신문마다 한둘도 아니오, 무수한 이름이 다채롭게 줄지어 나오곤 함을 보고 마음속의 미소를 지은 사람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닌 듯 싶다. 그래서 나도 반 호기심으로 그럴만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끝에 대개 한번씩 물어보곤 했다.
『우리는 누가 적당할까?』이렇게 해서 얻은「적당한 후보」의 이름을 들어보면 소설에 김동리, 황순원, 선우휘, 한무숙, 한말숙, 이광수, 박화성, 최정희, 손소희, 강신재, 박경리 (이 밖에도 서른여섯명이 더 있으나 지면이 없어 다 공개할 수 없어 유감이다), 시에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김현승, 조병화, 김남조, 박남수, 김춘수, 김구용 (그리고 여기에도 마흔여덟 명의 이름이 더 남았으나 같은 이유로 생략할 수밖에 없다)등. 정말 흐뭇한, 마음 든든한 일이다.
다만 한가지, 이「후천 의뢰」의 서한을 받고 오늘까지 여러사람의 의견을 묻고 있는 한국「펜·센터」위원장의 벅차면서도 난처한 심정을 생각할 때 내 가슴도 답답해진다. 우리 문단 탄생이래 처음인 이 추천에 과연 누구의 이름을 적어보낼 것인지 궁금하다.
내 생각을 덧붙인다면 그래야만 이 글의 매듭이 될 것 같아서이다) 그렇게 서두를 것 없을 것 같다. 마감이 2월1일까지라면「완벽한 번역」은 커녕 후보자의 후보작품을 충분히 검토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 아니냐. 최초부터 이렇게 두연한 선택과 급조의 번역으로 일그러진 모습의 선을 보여주기보다는 차라리 신중하게, 침착하게 한 해를 더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반세기 혹은 그 이상을 기다린 끝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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