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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납북 40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KAL기가 납북된 지 어언 40일째가 된다. 그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띤 규탄대회가 벌어졌고, 정부당국에서도 다방면에 걸친 송환교섭을 추진해 왔지만, 북괴는 여전히 딴전만 피우고, 조금도 성의를 표시하려는 기색조차 안보이고 있다.
20일 서울에서는 이북5도 주최로 다시 한번 북괴의 만행을 규탄하는 궐기대회가 열렸으며, 거리에는 납북된 승객·승무원 및 기체를 즉시 송환토록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육친들이 볼모로 잡혀가 생계의 길마저 잃어버리게 된 납북자 가족들의 하염없는 불안과 고통등을 상기할 때, 우리로서는 그저 저들 귀축만도 못한 북괴도당들의 만행에 거듭되는 공분을 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감마저 없는 저들인지라, 오늘날 우리가 몇 백번 그들의 만행을 규탄한다 한들 메아리없는 외침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피를 나눈 동포국민의 입장에서는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심정에서 혼신의 힘을 모아 다시한번 규탄의 성량을 높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납북된 KAL기의 송환을 위해서 우리측이 취해온 입장은 확고부동한 것이 있었다. 지난 연말인 26일과 30일, 신 문공과 최 외무는 잇달아 우리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여 KAL기 송환교섭에 있어 북괴측이 획책하고 있는 정치적 흥정의 부당성을 통박하고, 저들이 제의한 이른바 [민간인대표자 회담] 운운의 책동을 단연 일축한 바 있었다. 우리 정부측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12월22일과 30일에 개최됐던 양차의 군사정전위 비서장회의에서도 유엔군측 대표를 통해 확고부동하게 통고된 바가 있었으며, 그들이 무고한 민간인과 상업비행기를 강제로 납치해간 행위는 명백히 휴전협정 제7조9항에 대한 의식적 위반행위이므로 이들의 무조건 송환만이 이러한 휴전협정침범사태를 광정하는 길임도 명백히 지적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북괴측의 태도는 처음부터 아무런 논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치적 선전공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KAL기가 민간상업기인 데다가, 납북인사가 모두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화로 하여 KAL기 송환문제가 이른바 [남북간의 직접협상]의 대상이 될 뿐, 결코 군사정전위에서 취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궤변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그들인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이와 같은 주장은 무슨 사안, 무슨 기회든지, 그것들을 이용하여 괴뢰도당들인 자신의 위치를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 놓고자 획책해온 저들의 상투적 외교정책을 반영할 뿐, 아무런 논리적 근거나 국제법상 정당성도 인정할 수 없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이러한 허구의 주장이 국제사회의 정당한 여론앞에 오랫동안 지탱될 수 없음은 과거 58년의 KNA기 송환교섭당시의 그들 스스로의 행태로 미루어 보아서도 역력한 것이다.
그당시 KNA기의 송환을 위한 4회에 걸친 정전위비서장 회의록을 살펴볼 때, 북괴는 2,3회까지는 이번과 똑같은 궤변을 일삼다가 4회에 가서야 비로소 우리측의 요구에 응했던 것임을 상기할 것이다.
다만 이번의 KAL기 납북사건과 그 송환교섭과정을 통해서도 거듭 증명된 것과 같이 우리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북괴도당들이란 세계 어느 공산국가보다도 더 흉악하고 잔인한 불법집단들이라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하이재킹] 사건이 그 승객과 기체만은 즉시 반환으로 낙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북괴만은 그러한 최소한도의 윤리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의 철저한 경각심을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소이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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