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S '휴대폰 전쟁'초반부터 삐끗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휴대전화 운영체제(OS)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또 하나의 '표준'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두주자인 영국의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전문회사 심비안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전장을 던졌다. 개인용 컴퓨터(PC)의 OS시장을 석권한 MS가 휴대전화 OS시장마저 넘보고 있는 것.

휴대전화를 이용한 MS의 무선통신사업은 윈도와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 부문의 수요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향후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지난해 새로 선정한 7개 사업계획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MS의 야심찬 계획은 초장부터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휴대전화 제조회사로는 유일하게 MS를 지지해온 삼성전자가 마음을 바꿔 심비안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1천여만달러를 투자해 심비안 지분 5%를 매입키로 했다.

1988년 영국의 사이언사에서 분사한 심비안은 휴대전화 소프트웨어만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회사로 쟁쟁한 휴대전화 업체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 1,2위의 휴대전화 메이커인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각각 19%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소니에릭슨(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합작한 휴대전화 제조사)도 같은 지분을 투자했다.

이밖에 일본의 마쓰시타(브랜드명은 파나소닉)가 7.9%, 독일의 지멘스가 4.8%를 각각 투자했다. 이 컨소시엄에 삼성전자마저 참여함으로써 MS는 사실상 외토리가 된 셈이다.

차세대 휴대전화 표준경쟁에서 심비안 모델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MS에 불리하게 전개됨에 따라 MS가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모두 심비안쪽에 붙음으로써 MS는 이동통신 서비스회사와의 제휴를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MS는 이미 지난해 10월 이동통신회사인 오렌지를 통해 윈도 기반의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여기에다 최근엔 독일의 T-모바일과 손잡고 올 여름 유사한 스마트폰을 내놓기로 합의했다.

휴대전화 회사들의 외면에도 굴하지 않고 MS는 이동통신회사를 상대로 자사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인 '익스플로러'와 e-메일 소프트웨어인'익스체인지'를 쓰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득해 나가고 있다.

휴대전화의 차기 표준을 놓고 결국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을 등에 업은 심비안과 이동통신서비스 회사들을 배경으로 한 MS 두 진영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은 승패를 가리기 힘든 상태라고 말한다.

MS가 얼마 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 사람들은 휴대전화 제조회사를 선호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의 소비자들은 이동통신회사의 서비스 내용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양쪽이 비슷하게 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표준 싸움이 내년쯤에는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때까지 심비안과 MS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