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씨 동정이 표의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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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대통령의 연두순시를 맞이하는 각 부처에서는 그 준비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듯. 어느 부에서는 [브리핑]장소로 잡은 장관실을 단장해놓고 장관자신도 며칠씩 출입을 않은 채 비워두었는가하면 박대통령앞에서 처음으로 [브리핑]을 한 예비역대장 백선엽교통부장관의 경우는 며칠밤을 새우다시피 [브리핑]연습을 하여 그 내용을 거의 암기하다시피했다는 후문.
박대통령의 이번 순시는 자그만일에 대한 지적보다 큰 줄기와 방향을 잡아 격려해주는 것이 어느때보다 좀 다른데 14일 상공부순시에 선 "금년도 수출목표 10억[달러]는 수출신장의 분수령이다. 지혜와 노력을 다해 이 고비를 멋있게 넘겨보라"고 했는가하면 과학기술처에서는 "과학기술이란 결국 창의+모방인데 앞으로 과학기술연구소를 널리알려, 정부·대학·민간업체에서도 이용토록 권장하라"고 지시했다.
신민당 진산계의 기둥이었다가 벌써 오래전에 틈이 생긴 김영삼의원이 14일밤 유진산씨와 비밀리에 단독회담을 가졌다.
유부총재는 여지껏 김씨를 후보로 밀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기지명에 반대하고있고 김씨도 유씨의 당수추대에 동조할 의사를 표한 적이 없었던 것.
[미묘한 관계]의 이 두사람은 유부총재의 요청으로 14일밤 시내 A중국음식점에서 두시간반이나 만났는데, 김씨는 조기지명을 고집했고 유부총재는 "4월쯤에 지명대회를 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아 결말을 못보고 며칠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김영삼의원은 근간 반진산계의 정일형 이재형 두 부총재를 만날 계획이고 김대중의원도 부총재들을 비롯한 각파 [보스]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계획을 짜놓고있어 양김씨의 움직임은 바로 [표]의 움직임이라고 해서 당내의 주목을 끌고 있다.
김택수 공화당원내총무가 혜화동에 있는 정해영 신민당 총무댁을 방문해서 열린 비공식총무회합은 중요문제에 의견이 엇갈린채 앞으로 막후접촉을 계속할 것만 다짐.
정총무는 『선거제도 개혁만 사전 보장하면 언제든지 등원하겠다』고 말한데 대해 김총무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만든 합의 의정서라도 실효를 못 가두었는데 종이조각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여·야 총무간의 신뢰만이 해결의 열쇠』라고 했다는 것.
또 정총무는 『전당대회전에 빨리 해치우면 될걸 공화당이 왜 느릿느릿한 태도를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는데 신민당 전당대회 결과에 신경을 쓰고있는 공화당은 선거제도개선방안연구에 시일이 걸린다는 이유로 본격적 협상은 뒤로 미를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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