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에어백으로 운석 충돌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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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윈터더에서 지난 8월 18일 촬영된 소행성의 모습. 2002 NY40이라고 명명된 직경 8백미터의 이 소행성은 지구에서 52만2천킬로미터 떨어진 궤도로 안전하게 지나갔다. 에어백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와 충돌 가능한 궤도에 있는 혜성이나 소행성을 궤도에서 이탈하도록 만들기 위해 핵폭탄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여기 한 연구자가 제시한 더욱 상상적인 대안이 있다. 바로 거대한 에어백을 이용하자는 생각이다.

산타크루스주에 소재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에릭 에스파우그 교수는 핵폭탄의 폭발은 몇몇 종류의 소행성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며 이런 소행성들은 느슨한 파편 운석들이 모인 것으로 궤도의 변경 없이 폭발의 에너지만 흡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핵폭발은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더 잘게 나눌 뿐 궤도는 변경시키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틸워터에 소재한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의 헤르만 부카드 교수는 거대한 에어백이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우주의 파편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학자들은 우주선이 혜성이나 소행성과 같은 물체에 다가가 가스를 만들어 내는 화학적 반응을 이용,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에어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다음 우주선은 다가오고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향해 에어백을 밀어 내게 된다. 부카드 교수는 에어백이 압력을 고루 분배해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운석을 조각내지 않고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에서 출판되는 뉴 사이언티스트 매거진에 "이와 같은 생각은 안전하고, 간단하며 또한 실용적인 것"이라며 "듀폰사가 생산하고 있는 마일라는 아마도 이 일을 감당할 만한 질긴 재료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과학자들 "현실성 없는 생각"

다른 천체 과학자들도 에어백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좋은 방안이라거나 참신한 생각이라고 여길까? 에어백을 이용하자는 주장을 이메일을 통해 전해들은 행성협회 루이스 프리드먼 사무총장은 처음에 우스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에 그는 좀 더 자세한 견해를 피력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로켓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프리드먼 총장은 "불가능한 생각이다. 약 시속 16만 킬로미터 속도로 태양계 주변을 돌고 있는 직경 5킬로미터의 딱딱한 운석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충분한 힘을 가진 에어백의 직경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는 계산조차 나오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는 "물론 수 세기의 시간과 같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나는 어떤 종류의 공학적 기술이 실현 가능해질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에어백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생각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과학자들은 좀 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나사의 데이브 윌리엄스 박사는 "이 아이디어의 기본 생각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혜성이나 소행성의 위치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면, 적절한 위치에서 가해지는 힘으로 충분히 지구의 근처에서 혜성이나 소행성이 충돌 없이 지구를 지나쳐가게 만들 만큼 궤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소재한 나사의 국립 우주과학 데이터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이런 이유로 에어백 아이디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니다. 비록 기술적으로는 실현성 여부가 의심되지만 그것은 확실히 그럴 듯한 아이디어"라고 부연 설명했다.

에스파우그 교수는 우주의 킬러 소행성을 막는 창조적 방법을 생각해내는 데 있어 부카드 교수보다 한 발 더 앞서가고 있다. 에스파우그 교수는 핵폭탄 사용을 피하는 방법에 동조적이다. 하지만 그는 소행성에 로켓 엔진을 장착해 점진적으로 충돌 궤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방법으로 에어백 사용, 또는 핵폭탄으로 지구로 접근하는 물체를 쪼개는 방안에 의존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사의 윌리엄 박사도 에스파우그 교수의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윌리엄 박사는 "심지어 작은 파편들이 모여 이루어진 소행성의 경우에도 웬만한 충격으로 깨질 만큼 연약하지 않아 결국 엔진을 설치하는 것과 같이 다소 온건한 방법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에어백 없이도 행성체에 직접 설치된 로켓 엔진은 행성체가 지구에 충돌하지 않고 본래 궤도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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