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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앞만 금연 … 뒷골목·캠퍼스 안에선 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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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1일 대학가 최초로 금연거리로 지정된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와 한국외국어대 정문 앞 거리. 행정조치가 발표된 탓인지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에 들어서자 무리지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보였다. 비흡연자인 고봉성(31)씨는 “정부의 금연정책에 동의하지만 흡연구역을 함께 지정해주지 않으면 골목으로 들어오는 흡연자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음식점과 호프집 등 공중이용시설에 이어 대학가 거리까지 전면금연구역으로 속속 지정되고 있지만 금연구역 지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대문구청 측이 금연거리로 지정한 곳은 경희대 정문부터 이어지는 경희대로 234m 구간과 한국외대 정문부터 1호선 외대앞 역까지 250m 구간이다. 오는 9~12월 계도기간을 거친 뒤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금연구역으로 운영한다. 이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이날 경희대와 한국외대 학교 안은 오히려 흡연이 자유로웠다. 경희대의 경우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도서관이나 학생 식당 앞 등 10곳은 정식 흡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송동민(32)씨는 “덥고 냄새 나는 흡연구역보다 사람이 적은 벤치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도 중앙도서관과 학생식당을 비롯한 각 건물 입구에 철제 재떨이가 설치돼 있었지만 공용 벤치와 건물 사이 골목에서 흡연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학교 광장을 제외하곤 금연표시도 없었다.

 정부의 집중 단속도 골목으로 모여드는 흡연자를 잡지는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7월 1일부터 19일까지 호프집과 PC방 등 전국의 공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전면금연 합동단속을 벌인 결과 663명에게 총 6459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중이용시설이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데 따른 현장점검 차원에서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번 단속을 통해 일부 흡연자가 음식점이나 PC방 앞,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워 보행자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주는 부작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흡연구역이나 흡연부스 설치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고려대는 중앙 광장과 과학도서관 앞에 대당 7000만원을 들여 흡연부스 2개를 설치했지만 3평 남짓한 공간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흡연부스를 청소하는 미화원 이모(65)씨는 “흡연부스를 설치했지만 학생들은 야외에서 담배 피우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최규진 인턴기자(중앙대 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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