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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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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예선을 거쳐 넘어온 24편의 수준이 전체로 골고루 높은 편이어서 흐뭇했다. 그러나 특히 뛰어난 작품은 없었다. 이렇게해서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이 『은닉』『우산』『매일죽는 사람』 세편이었다.
『은닉』 (안하)은 내무반장의 기합으로 비장이 파열된 사병의 죽음을싸고 그 사인의진실을 은닉하지 않아서는 안되는 군대의 생리를 목소리 낮게 그려준다.
고발이라기 보다 사회적「매커니즘」의 어쩔수 없는 일단면을 보여준 작품이고, 전체로 무난하나 이런 세계는 이미 새로운 취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할애되고, 나머지 두편이 결선에 올랐다.
『우산』(조량제)은 한-일간의 민족의식과 속죄와 친선 등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작품이다. 일상성을 떠나 의젓한 주제를 붙잡고 그걸 진지하게 만들어 가려는 의도가 이해된다.
그러나 긴 「센텐스」속에 야무진 것과 불투명한 것이 얼룩져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매일 죽는사람』(조해일)은 죽는역을 맡은 「엑스트러」의 하루다. 끝장면과 결부되는 서두의 복선, 앞을 기대하면서 읽게하는 화술 등 기법으로도 능란할뿐 아니라 좌절감과 그것을 극복하고 전진하려는 한 지식인 육년의 부조리를 일상생활에 용해시킨 점이 평가된다. <안수길·김동리·강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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