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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상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 세계정세는 『변화의 시대』를 실감하게 해준다.지상의 도처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것같다. 미국이 고전적인 「덜래스」방식의 외교를 포기함으로써『비미국화』 라는 새로운외교 「패턴」이 등장했다. 바로 그 여파가 세계를「변화」 속에 몰아 넣고 있다. 「닉슨」 미국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철학을 『대결보다는 대화』라고 외친바 있다. 바로 그 대화의 대담한 시도는 꾸준히 중공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최근엔 전후20여년간 대만해협을 순찰해온 제7함대의 임무를 축소시켰다. 「로저즈」미국무장관은 중공과의 관계개선이 『미국의 근본적인 정책목표』라고도 선언했다.미국이 자유중국의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중공금수조치를 풀어놓온것도 주목할 「변화」이다.「아시아」 에서만 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것은 아니다.서독은 최근 적극적인 몸짓으로 소련과 미소를 나누고 있다. 동구와의 대화도 매듭이 하나 둘 풀리는것같다. 「브란트」 서독 수상은 동독의「울브리히트」수상과 편지왕래도 한 바 있다. 서독의 이런외교 「패턴」 은 오히려 「닉슨」대통령의 『대화시대』 보다 한발 앞서고있는것 같다. 『변화의 시대』를 앞지르는 또하나의 새로운 변화랄까.
이런 사태의 급변은 세계에 어느때없던 진공상태를 가져오고있다. 우선 「아시아」 의 비미국화가 그 예이다. 소련은 이 진공상태에 끊임없이 입김을 불어 넣고있다.「필리핀」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라오스」 「타일랜드」, 「말레이지아」에서-.
소련의 「아시아」 등장은 미국의 퇴장을 계기로 삼은 것이 틀림없다. 그들은 또한 일석이조의 계산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공을 견제할 수 있는 「이니시어티브」를 쥐려는 암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지난24일 대변인을 통해 한국의 특별군안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다. 그뒤에 이 발언은 해석상의 차이를 드러내는 듯한 인상을 주긴했지만 그 행간에 압축한 의미는 살아있다.역시 우리의 기대를 절하는 「변화」 를 여기에서도 절감 할 수있다.
그것은 다만 5천만 「달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변화의상황』 은 무엇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조류임엔 틀림없다.우리는 그까짓 5첨만「달러」 에만 매달려 연연 할 수는 없다. 『비미국화』 라는「변화」에 대처해야할 우리에겐 적극적이고 거시적인 정책의 철학이 제시되어야 할것이다. 5천만「달러」를 얻고, 그 후자를 잃는다면 손해는 어느쪽이 더 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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