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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참호에 훈훈한 「캐럴」|위안단맞아 발구르며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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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부전선OO고지에서 최정민·김영휘기자】 전방의 성탄절은 언제나 「화이트·크리스머스」. 1백55마일 전선 어디서나 눈 속에서 「크리스머스·이브」를 맞는다.
고지마다 장병들은 후방에서 보낸 선물을 안고 위문단의 위문과 행운의 특별휴가 등으로이 날을 즐기고있다.
그러나 전선의 장병에겐 「크리스머스」는 휴일이 아니다. 장병들은「크리스머스·데커레이션」이 아름다운 참호속에서 북녘을 지키는 눈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후방의 「메리 크리스머스」는 전선장병들의 이 같은 노고가 안겨다주는 것 같기도 했다.
23일 하오3시30분 위문단을 맞은 서부전선 ○사단 1천여명의 장병들은 재치있는 위문 「프로」에 영하8도의 추위조차 잊는 듯했다. 「앙코르」는 어둡도록 꼬리를 물었다. 『장병 여러분 위문단이 주는 꽃다발을 나 혼자 받을수 있습니까. 우리사단 막내와 함께 받겠어요』-사단장 김용걸소장은 훈련소를 갓나와 엊그제 사단에 배속된 최병유 2등병을 불러냈다.
사단장모자와 2등병 모자를 바꿔 쓴 김사단장이 깎듯이 경례하고 위문단에서 받은 꽃다발을 최2등병에게 넘겨주자 장병들은 발을 구르며 부대구호인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 대대별로 3명씩 행운장병을 추첨, 사단장이 즉석에서 이들에게 15일, 10일, 5일간의 연말특별 휴가를 명하자 장병들은 일제히 일어나 다시 「파이팅」을 연발,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높아만 갔다.
고지장병들은 막사주위에 있는 눈 덮인 소나무에 오색 「테이프」를 걸어 「크리스머스· 트리」를 만들어 놓았다. 전야전군소총중대 단위로 편성된 「미니 밴드」는 오락회준비를위해 선과 음을 다듬고 한 내무반에 50여통씩 배당된 위문편지는 영하의 전선에 훈훈한 후방의 체온을 전달했다.
23일 현재 1군산하 각 부대에 자매결연단체·학교·자선단체에서 온 선물과 위문단은 지난해의 곱절이나 된다.
24일밤 잠복호근무를 하게 된 장로교신자 정길철 2등병 (서라벌예대1년)은 전선에서 맞는첫 성탄절에 「내 생애에서 가장 엄숙하고 폭넓은 기도를 드리게될 것』이라고 말하고 『후방의 즐거운 「크리스머스」를 위해 적의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눈을 북녘으로돌렸다.
○사단 취사병은 「크리스머스」와 연말연시에 장병들의 뱃속이 세 번 놀라게 됐다고 귀띔해 줬다.
「크리스머스」특식 (육구참모총장 「드로프스」1통, 사과 2개, 찹쌀떡1개)연말특식(「드로프스」2통. 신탄진 2갑)외에 연초특식에는 사단에서 돼지50마리, 그리고 각중대단위로 그 동안 길러온 1마리씩의 돼지가 장병들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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