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조지 데이 예비역대령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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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6·25와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베트남전에 모두 참전해 미국에서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조지 데이(사진) 예비역대령이 별세했다. 88세.

 미 언론들은 데이 전 대령이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지병으로 27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부인 도리스 데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27일은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6·25 정전 60주년 기념식이 열린 날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해병대에서 복무한 데이 전 대령은 6·25가 발발하자 1951년에 공군조종사로 참여해 폭격기를 몰았다.

 베트남전에도 참전한 데이 전 대령은 67년 8월 북베트남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던 중 격추돼 팔·다리에 부상한 채 포로가 됐다. 5년7개월에 걸친 전쟁포로 생활을 할 당시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과도 같은 감방에서 수감된 적이 있어 이후 오랜 우정을 유지해왔다. 매케인 의원이 2008년 대선에 출마하자 앞장서 선거를 돕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은 데이 전 대령의 사망 소식에 “그는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다”며 “과거 오랜 감방생활을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명예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그의 지도력과 인내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데이 전 대령은 베트남전이 끝난 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군 최고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받는 등 모두 70여 개의 훈·포장을 받았다. 미 언론들은 그를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 비견할 만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퇴역한 뒤에도 참전용사들의 복지가 걸린 사안이면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앞장서 청원활동을 하고, 법정투쟁도 서슴지 않아 참전용사들의 추앙을 받아왔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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