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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서 '다꿈캠프'연 인순이 홍천선 농촌문화나눔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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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꿈꾸는 가족 운동회’에 참가한 가수 인순이씨.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게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농촌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열겠다”고 했다.

“모녀가 함께 놀러온 건 정말 몇 년 만이에요. 너무 행복합니다.”

 필리핀 이주여성 김조세핀(46)씨와 딸 김현정(14)양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환하게 웃었다. 22일 강원도 고성에서 버스로 4시간이나 걸려 영월에 도착했다는 그는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4년 전 고기잡이를 나갔다 집으로 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느라 가족여행을 거의 가지 못했단다. 그는 “그래서 이번 여행이 더 특별하다”고 했다.

 22~24일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리조트에선 ‘다함께 꿈꾸는 다문화 가족캠프(다꿈캠프)’가 열렸다. 강원도 16개 시군에서 83가구 288명이 참가했다. 사단법인 ‘인순이와 좋은 사람들’(대표 김인순)이 주최하고 동양시멘트가 후원했다. 시골 마을에서 3대가 함께 모여사는 집이 많다보니, 할아버지·할머니까지 함께 온 집도 많았다.

 “다문화가정 아이들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면서 구성원으로 잘 살아가도록 하는 게 이번 캠프의 목표입니다.”

 강원도 홍천 등에서 농어촌공사와 함께 농촌재능기부 문화나눔축제를 지난 6일 마무리한 데 이어 이번 캠프를 주관한 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56)씨의 설명이다. “내가 겪었던 어려움, 외로움, 고통뿐만 아니라 내가 받은 사랑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는 그는 4월 강원도 홍천에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도 만들었다. 한국·독일·필리핀·일본·중국 등 5개국 아이들 9명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단다. 아직은 후원자가 많지 않아 학교 운영비는 그가 직접 댄다.

 - 학교까지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

 “기반 시설이 충분치 않은 시골 지역에 다문화가정이 많다. 몇 년 전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고교 졸업률이 28%라는 통계를 봤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실행에 옮겼다. 얼마 안 됐지만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분들이 줄을 설 정도로 관심을 많이 주셔서 너무 고맙다.”

 - 캠프에 3대를 다 모은 걸 보니 ‘가족 내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경험이 있으니까. 난 99% 한국 사람인데 나머지 1%가 항상 나를 힘들게 했다. 그걸 메워준 게 가족, 동네사람들이다. 아직도 저를 위해주는 그분들을 보면 흔들릴 수가 없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1%를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 농어촌공사의 지원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지역 문화행사를 연 것도 그런 취지다. 가족간 소통,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정말 중요하다.”

 - 이런 활동들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모든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순 없겠지만 한둘이라도 성공해서 롤모델이 되고 나머지는 섞여서 잘 살아갈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사실 전 그릇이 그렇게 큰 사람이 아니다. 애들하고 같이 있으면 너무 신나고 너무 좋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할 생각이다.”

영월=글·사진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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