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네이버의 상생과 혁신 지켜보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NHN이 중소·벤처 기업 상생협의체를 만드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NHN은 그동안 포털 네이버의 문어발식 확장, 검색과 광고의 불투명한 운영, 골목상권 침해 등 독과점 횡포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정치권의 네이버법 입법 추진 등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었다. 이번 발표엔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으로 벤처 창업과 문화 콘텐트 개발 업체들을 지원하는 1000억원대의 펀드를 조성하고, 거래업체와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광고와 정보를 혼동하지 않도록 검색의 공정성에 힘쓰며, 음란물 등 불법 유해 정보 차단에 힘쓰고, 국내 콘텐트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그동안 네이버가 집중적으로 비판 받아온 분야에 대한 개선책을 담은 것이다.

 벤처 업계에선 ‘일단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발표 의도와 실행 의지에 대한 의심의 시선은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인터넷·벤처 업계에선 상생안을 마련하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다. 이런 점에서 강력한 실행의지와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생색내기 혹은 국면전환용 발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또 그동안 비판받았던 부동산 중개 등 서비스에 직접 나섬으로써 골목상권을 침해했던 행태에 대한 개선책은 밝히지 않아 여전히 독과점 횡포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업계에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식의 발상에서 비롯된 상생안이 아니라 정보 중개 서비스를 하는 포털 본연의 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자아선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NHN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도전을 멈추고 기득권에 안주하며 대기업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다시 독창적인 벤처정신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어쨌든 우리는 네이버가 세계 인터넷 업계가 지향하는 개방·상생·공유의 정신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지켜보겠다. 이와 함께 네이버의 독과점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