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영향력 확대 맞서 인도와 협력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파키스탄과의 우호관계를 활용해 인도를 견제해 왔듯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인도가 포괄적인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비슈누 프라카시 주한 인도대사(57·사진)가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인도와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이숙종)이 지난 15일 개최한 제2회 주한 외국대사 초청 라운드테이블에서다.

프라카시 대사는 “한국은 국가 안보의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과는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중국과도 우호적 관계를 심화시켜야 한다”며 “한국이 미·중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도와도 안보 면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두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등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프라카시 대사는 “인도는 역사적·전략적 관점에서 동아시아 국가”라며 두 나라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특히 경제 발전이 국가적 목표로 부상한 1990년대부터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적극 추진해 왔다. 한국과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 한국이 흡수통일을 추진할 경우 인도는 한국을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프라카시 대사는 “한민족은 뛰어난 천재성(genius)을 지닌 민족인 만큼 통일문제에서도 천재성을 발휘해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프라카시 대사는 “전 세계적으로 협력과 경쟁이 혼재된 요즘 시대엔 특정 국가와 손잡고 반대세력에 대항하려는 외교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며 “인도는 냉전 시절부터 비동맹운동을 주도하며 미국과 소련,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노선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도 인도는 아프가니스탄과 부탄·방글라데시 등 주변 국가들에 연간 200만 달러를 지원하며 분쟁에 휘말리지 않게 정세를 관리하고 있다”며 “한국도 국가 이익을 핵심적으로 고려해 외교를 펼쳐야 하며 주변국가와 의견이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을 찾아 상생하는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다자외교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의 상호관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1981년 인도 외무부에 입부해 32년간 외교관 경력을 쌓아 온 프라카시 대사는 외무부 국장과 대변인 등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주한 인도대사직을 맡아 왔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엔 이숙종 EAI 원장과 전재성 서울대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정구현 경기개발연구원 이사장, 김중근 전 주 인도대사 등이 참석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