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인비 우승 땐 사상 첫 그랜드슬램 …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33호 19면

박인비

8월 1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개막하는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이곳에서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단일 시즌 메이저 4연승에 도전한다. 이미 시즌 3개 메이저 대회를 연속 우승한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 골프 역사상 초유의 대기록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한 시즌 이상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덤으로 따라온다.

‘브리티시 여자오픈’ D-4

 63년 역사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6번 나왔지만 그랜드 슬램(또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한 차례도 없었다. 남자골프에서는 1930년 보비 존스(1902~71)가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당시는 마스터스(1934~ )가 창설되기 전이었고 메이저 대회의 개념도 확실치 않았다. 존스는 2개 프로 대회(디 오픈 챔피언십, US오픈)와 2개 아마추어 대회(US 아마추어, 브리티시 아마추어)에서 우승했다.

 현대 골프의 그랜드 슬램은 아널드 파머(84·미국)가 만든 것으로 본다. 60년 밥 드럼이라는 기자와 함께 디 오픈행 비행기에 오른 파머는 드럼과 그랜드 슬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술이 한잔 오간 대화 자리에서 파머는 마스터스, PGA 챔피언십, US오픈과 디 오픈 등 4개 대회를 우승하는 새로운 그랜드 슬램을 제안했다고 한다. 드럼이 이것을 기사화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그랜드 슬램’이 정립됐다. 파머는 현역 선수 시절 마스터스와 US오픈, 디 오픈에서는 우승했지만 은퇴할 때까지 PGA 챔피언십에서는 정상에 오르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지 못했다.

 여자골프의 메이저 대회와 그랜드 슬램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위민스 웨스턴오픈(1930~67), 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1937~42, 1946~66, 1972), 뒤모리에 클래식(1979~2000) 등이 메이저 대회로 치러졌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1년 이후에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 여자오픈,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4대 메이저로 정리됐다.

 하지만 올해 LPGA 투어의 에비앙 챔피언십이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로 격상되면서 그랜드 슬램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졌다. 다시 말해 한 시즌 5개의 메이저 대회 중 4개 대회의 우승을 두고도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미국의 골프 역사가 마틴 데이비스는 “그랜드 슬램은 브리지라는 카드 게임에서 13개의 카드를 모두 휩쓸 때 쓰는 용어”라며 “박인비가 5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진정한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종전 4대 메이저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과 5개 메이저 중 4개를 우승하고 캘린더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치가 다르다”고 해석했다.

 LPGA는 논란이 일자 최근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렸다. LPGA 커미셔인 마이크 완은 26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채널 ‘모닝드라이브’에 출연해 “박인비가 이번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다면 4연속 메이저 대회 제패로 그랜드 슬램이 맞다. 그리고 다섯 번째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면 ‘수퍼 (캘린더) 그랜드 슬램’이 된다. 또 이 두 대회 중 하나만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명예를 얻는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