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전쟁과 좌등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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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좌등일본수상은 17일「오끼나와」반환문제를 비롯한 미-일간의 현안문제를 타결 짓기 위해 방미도정에 올랐다. 좌등씨의 출국에 앞서 일본의 좌익과격파 학생들은 지난 60년의 안보파동 이래 최악의 난동「데모」를 벌여 자기나라 수상의 방미여행을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호언, 전국2백l0개 도시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고 11개 경찰관서를 불타게 하는등 이른바「동경전쟁」을 연출시키고 말았다.
19일부터「워싱턴」에서 열리는「닉슨」-좌등회담은 좌등씨 자신이 스스로의 정치운명을 걸었다고 말하고 있듯이 70년대 미-일 관계의 분수령을 이룰 중요회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회담의 초점은 ①「오끼나와」기지의 반환시기문제 ②동기지의 반환을 전제로한 미-일 안보조약의 연장과 이에 따른 일본내 미군기지의 지위 ③장차 극동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미국의 핵우산아래 들어가게될 일본의 방위문제, 그리고 ④「포스트·베트남」에 대비한 미-일간의 협력강화문제가 될 것으로 요약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미-일 수뇌회담의「테마」들은 그 하나 하나가 우리 한국국민의 이익과 나아가서는 극동지역전역의 평화·안전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이라 할수 있는 것인데, 이에 관한 우리의 주장은 본난을 통해서 누차 밝힌 바와 같다.
중언하거니와 우리는 일본이 「오끼나와」라는 조그마한 섬을 그 영토의 일부로 수복함으로써 패전이후 크게 손상했던 민족적「프라이드」를 회복하고자하는 국민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 기지의 반환이 날로 가중되고있는 북괴·중공등의 도발위협 앞에서 우리한국국민의 안전이나 극동전역의 안보태세에 조금이라도 암영을 던지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임을 누차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우리의 주장은 비단 한국이나 자유중국·비율빈·「말레이지아」·「뉴질랜드」등 인접제국뿐만 아니라, 전태평양지구자유국가 공통의 안전과 이해관계에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이번「닉슨」-좌등회담에서도 그들간의 모든 합의는 이러한「컨텍스트」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한 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해두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좌등수상의 방미를 저지키 위해 난동을 부린 일본과격파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싶다. 그 하나는 60년의 안보파동이래 사분오열을 면치 못하고 있던 일본의 좌익학생들이 지난 7월10일에 개최된 대학입법반대를 위한 소위『전공투연합궐기대회』이래 제3의 새로운 좌익통일 조직으로 뭉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을뿐더러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번 난동사태에서 볼수 있는 바와 같이 일본좌계총평산하 60만 노동자들의 동조가담을 얻고있다는 사실이다. 그 둘째는 일본정부나 좌익편향성이 있는 일본언론계가 이번「데모」사태를 도리어 대미외교의 강력한 뒷받침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듯한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70년대 이후의 한국안보와 극동전역의 평화유지를 위해 일본이 담당해야할 자유국가로서의 막중한 책임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일본정부나 재야의 지도층인사들이 이와 같은 좌익난동을 방관시하거나 도리어 외교적 압력의 하나로 이용하려는 잔꾀를 부림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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