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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주는 아파트…미분양 파격혜택 속사정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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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기자] "솔직히 말해 미분양 때문에 그런 거예요. 미분양 때문에. 요즘 부동산 경기는 안 좋지. 내 집 사려는 사람들은 점점 적어지지. 근데 우린 이미 아파트는 덜렁 지어놨어. 어떡할거야? 못 팔면 큰일인데…."

괜히 물어 본 것 같았습니다. 막힘 없이 대답을 해주던 A씨의 말 끝이 흐려지기 무섭게 드는 미안함이었습니다.

A씨는 건설사 부장입니다. 2년 전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분양률이 저조해 결국 미분양 아파트가 됐다고 합니다. 최근엔 할인혜택까지 나섰지만 수요자들의 마음 얻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요즘 부동산 기사에 '미분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률이 저조해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가 한 둘이 아니라는 얘기지요.

건설사들에게 미분양이란 피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최근 만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란 말에 소름이 돋는다"고 할 정도니, 건설사들의 부담이 굉장한 것 같습니다.

아파트에 미분양이 쌓이면 건설사는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많게는 수천억원대의 투자비를 들여 시공한 아파트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자금난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한 홈쇼핑 채널에 두산건설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등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지상 59층, 270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신나는 전세'라는 분양방식을 통해 방송 당일 높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친절한 혜택 뒤로 우는 건설사들

이 방식은 분양대금의 22~25%와 취득세를 납부한 후 3년간 살아보고 최종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계약자를 대상으로 매달 현금 30~170만원씩 생활비 제공과 3년간 관리비도 대납해줍니다.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다른 건설사도 있습니다. 바로 동부건설인데요. 이 건설사는 1년 전 분양한 도농역 센트레빌 잔여가구 계약자에게 분기별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계약시점부터 입주 때까지 분기별로 현금 800만원까지 준다고 합니다.

두 건설사의 혜택만 봐도 미분양 털기가 정말 분주해 보입니다. 베란다 무료확장과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물론 계약자 소개비·이사비 지원까지 다양한 마케팅들이 총동원 됐습니다. '입주혜택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입주 혜택만이 미분양 해소길이 아닐텐데 건설사들이 이리 앞다투어 파격적인 혜택 경쟁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분양가를 낮추면 미분양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부 건설사로부터 들은 대답은 '아니오'였습니다.

분양가를 낮추면 이보다 비싸게 계약한 기존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거나 반발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기존 계약자와 분양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인 송도롯데캐슬 아파트가 단적인 예입니다. 일부 잔여가구를 대상으로 한 건설사의 분양가 할인에 기존 계약자들이 반발해 결국 롯데건설이 할인혜택을 취소했습니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분양가 할인보다 생활비지원·무료확장공사 등 일명 ‘포지티브(Positive) 전략’으로 우회하고 있습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간의 눈치싸움도 있어 다양한 지원혜택으로 수요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선 건설사들의 각종 혜택은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파격적인 혜택에 바로 입주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소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원인들이 반드시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입주 결정에 앞서 주변환경·교통·편의시설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교통 시설은 잘 들어섰는지, 단지 주변에 편의시설이 갖춰졌는지 등을 먼저 확인해도 늦지 않다는 말입니다.

계약조건 또한 세세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제공되는 혜택들도 천차만별이지만 보장되는 내용과 주체가 다른 경우가 많아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계약 해제 때 환불 조건·환불 금액 범위·위약금 여부 등은 꼭 살펴 봐야 합니다.

또한 무료로 베란다나 붙박이장을 시공해주는 혜택의 경우 앞으로 잘못된 시공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한 책임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보릿고개 같은 미분양…길은 있을까?

불과 5~6년 전만 해도 아파트 분양에 이런 파격적인 혜택을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이사비를 지원 받아 들어온 아파트에 3년 살아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는 건설사들의 입주민 모시기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혜택을 쏟아놓지만 불이 꺼진 아파트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24일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로 전환해 해결하자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의도는 긍정적이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듭니다. 대다수 미분양 아파트들은 중대형에 몰려 미분양과 전세난이 동시에 해결될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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